사장실 불끄고 ‘직원 옆으로’

2002.04.01 20:33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암빌딩 9층의 한국사이베이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일(李相一·49)사장. 그를 만나기 전 이력서를 통해 짐작한 모습은 말 그대로 ‘엔지니어 사장님’이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72학번)를 나와 한국IBM에 입사한 전형적인 한국 정보기술(IT)업계의 1세대. 여기에 한국인포믹스, 씨어(SEER)코리아, 한국시퀀트에 이어 다국적 IT기업의 한국 지사장만 4번째 맡고 있는 ‘전문 CEO’가 그의 첫인상이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안녕하십니꺼. 저 남포동입니더.”라는 투박한 첫마디에서 허물어져 버렸다.

억센 부산 사투리를 쓰는 그는 사실 정통 엔지니어가 아니다. 이 사장은 한국IBM에서 온라인 관련 개발작업에 2년정도 몸담았을 뿐 20여년 이상을 영업에만 매달렸다.

그의 영업력은 전문 CEO로 나서면서 가는 곳마다 몸값을 톡톡히 해냈다. 인포믹스에선 매출액이 1백만달러인 회사를 2년반만에 1천5백만달러로 키워놨다. 씨퀀트에서 일할 때는 정보통신부의 체신금융사업 분야 하드웨어 납품을 이뤄냈다. 무려 6백만달러 규모였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e비즈니스 관련 솔루션을 판매하는 사이베이스에서도 옮긴 첫해 286%, 지난해 140%의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삼성증권·기업은행·산업은행·국방부·행자부 등 100여개 고객사를 확보, 4백6억원(2001년)의 매출을 기록한 중견업체로 키워냈다.

이 사장은 독특한 업무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있질 않는다. 모든 공식 회의는 전무에게 맡긴다. 대신 일일이 직원들의 자리로 찾아가 일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그렇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친절한 선배도 아니다.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으면 “내가 뭐라꼬 답해주면 좋겠노”라고 반문, 스스로 문제를 해결토록 유도한다. 그는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사장은 관여하지 않는다. 함께 일할 부서장이 다 알아서 한다. 그는 “몇번 실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잘 돌아간다”며 자랑하듯 얘기했다.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가장 ‘접근 용이한’ 사장이 될 겁니다. 밤 12시에도 찾을 수 있는 사장 말입니다”. 이상일 사장의 ‘전문 CEO론’이다.

〈이인열기자 yiy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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