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은 살해당했다”

2002.10.01 18:24

기원전 1352년 18세의 나이로 요절한 이집트의 파라오(왕) 투탕카멘(Tutankhamen)의 유골을 근거로 복원된 그의 흉상이 런던의 과학박물관에서 지난 30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투탕카멘의 흉상은 지난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그의 미라를 1969년 촬영한 X레이 사진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이 흉상은 둥근 머리에 입술이 두툼한 매력적인 청년의 얼굴 모습이지만 그의 묘지에서 나온 그 유명한 황금 데드 마스크와는 딴판이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선 110㎏짜리 황금관과 황금가면(11㎏) 같은 호화찬란한 금은보화와 3,000여년 동안 마르지 않은 향료를 비롯한 2,000여점의 귀중한 유물이 나왔었다.

그러나 1923년 발굴자 카나번이 모기에 물려 죽은 걸 시작으로 무덤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 13명이 원인불명의 병이나 자살로 세상을 뜨자 “투탕카멘의 저주”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자 미라 보존 상태도 나쁘고 뇌에 치명적 손상이 발견된 투탕카멘의 사인(死因)이 큰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미국의 TV 다큐멘터리 팀은 최근 타살설을 주장했다. 이들은 그 증거로 무덤의 부장품들이 제대로 정돈돼 있지 않은 것이 왕의 매장이 되는 대로 서둘러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며 X레이 촬영사진 분석 결과 뒷머리에 타격을 받은 흔적이 있는 점에 주목, 당시 상황을 감안해 용의자를 4명으로 압축했다.

첫째는 투탕카멘의 아내이자 이복여동생인 앙케세나문, 두번째는 투탕카멘의 사후 앙케세나문과 결혼하고 왕위에 오른 아이, 세번째는 재무장관 마야, 네번째는 군사령관이었던 호렘헵이다. 미국의 채널 5는 ‘누가 투탕카멘을 죽였는가’라는 작품을 통해 이들의 혐의사실을 낱낱이 밝힐 예정인데 조사팀은 이들 중 아이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꼽고 있다.

솔트레이크 시티의 의사 토드 그레이가 이끄는 법의학팀은 X레이 사진을 근거로 투탕카멘이 척추질환으로 등뼈와 목이 들러붙어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야만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의 무덤에서 발견된 100개 이상의 지팡이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투탕카멘은 아버지 아케나텐왕이 숨진 뒤 9살의 나이로 왕좌에 올랐으며 18세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그의 사인에 대해서는 사냥 중 사고로 숨졌다는 설에서부터 암살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가설들이 제기돼왔다.

〈김윤숙기자·연합 y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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