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끌어안은 공존의 도시… 페낭 & 쿠알라룸푸르

2015.07.22 21:41 입력 2015.07.22 22:46 수정

다인종·다문화 어우러진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진 팔색조 같은 나라다. 특히 말레이 반도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 페낭(Penang)은 동서양이 독특하게 몸을 섞은 매력적인 도시다. 인도양에 떠 있는 ‘동양의 진주’라 불릴 만큼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휴양지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영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몰려왔고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페낭 특유의 다인종, 다문화가 형성된 배경이다. 그 중심지는 조지타운이다.

<b>낮보다 아름다운 밤</b> 페낭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바투 페링기.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야자수가 우거진 바투 페링기는 매력적이다.

낮보다 아름다운 밤 페낭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바투 페링기.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야자수가 우거진 바투 페링기는 매력적이다.

■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

페낭에선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다. 어디선가 들리는 확성기 소리와 함께 새벽이 온다.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 시간임을 알리는 ‘아잔’이다.

페낭의 참매력을 느끼려면 걷는 게 가장 좋다. 섬의 역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지타운에 산재해 있다. 유서 깊은 거리가 미로처럼 얽혀 있어 도보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르부 출리아 거리에서 시작해 반나절 정도 걸린다.

영국이 페낭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콘월리스 요새’ 성벽에 오르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남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공회 교회인 세인트 조지 교회, 전통적인 인도 무굴 양식으로 건축된 카타판 켈링 모스크 등 볼거리가 이어진다. 중국에서 이주한 구(邱)씨 일가의 사당인 ‘쿠 콩시’ 사원은 규모는 작지만 화려하다. ‘켁록시’도 볼만한 사원으로 꼽힌다. 1890년부터 20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1만개의 부처가 있는 7층 규모의 만불탑이 하이라이트다. 이슬람, 힌두, 불교, 기독교 등 도시 전체가 마치 종교 전시장 같다.

조지타운에는 낡은 건물과 허름한 골목들이 많다. 담벼락과 건물에는 위트 넘치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여행자들이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명소다. 걷다가 지치면 트라이쇼(삼륜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제티 선착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면 된다. 유적지를 원형대로 보존한 페낭은 도로가 좁다. 차들은 느릿느릿 달린다. 그렇다고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는 없다. 이런 느긋함이 있어 깊이 있는 사원 여행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페낭 중부의 페낭 힐은 관광 필수 코스. 해발 830m 산 위에 위치해 페낭시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정상까지 가는 데 ‘후니쿨라’(궤도열차)를 이용한다. 본토와 페낭을 연결하는 13.5㎞ 길이의 ‘페낭대교’도 볼만하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다리인데 현대건설이 놓았다.

섬의 백미는 해변에 있다. 북쪽에 위치한 바투 페링기 비치가 가장 유명하다. 샹그릴라 라사 사양과 골든 샌드 등 고급 호텔과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줄지어 있다. 매일 밤에는 야시장이 열린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해 해안가 산책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페낭의 석양은 황홀하다. 멜라니 사프카의 노래 ‘더 새디스트 싱(The Saddest Thing)’의 클라이맥스처럼 노을이 번진다. 페낭의 밤이 낮보다 아름답다는 이유다.

힌두교 성지로 자리매김한 바투 동굴. 272개 계단 앞에 거대한 무루간 신의 입상이 세워져 있다.

힌두교 성지로 자리매김한 바투 동굴. 272개 계단 앞에 거대한 무루간 신의 입상이 세워져 있다.

■ 여행의 묘미는 식도락

페낭의 명성에는 음식도 한몫한다. 그야말로 음식 천국이다.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지 않는다면 파리에서 루브르를 빼놓는 것과 같단다. 거니 드라이브는 현지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페낭 제일의 먹자골목이다.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는 포장마차가 발길을 붙잡는다.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북적인다.

현지 사람들이 추천하는 대표 음식은 ‘락사’다. 말레이시아식 짬뽕이랄까, 매콤하면서도 새콤하다. 가격은 놀랄 만큼 착하다. 한자리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건 큰 기쁨이다. 수많은 음식 중에 ‘차 콰이 테오’(숙주, 새우, 달걀 등을 넣고 소스와 함께 볶은 납작하게 썬 쌀국수)를 골랐다. 이곳 사람들을 닮은 소박한 음식이다.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하고 마음도 넉넉해졌다.

조지타운의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한 골목길을 트라이쇼(삼륜자전거)가 지나가고 있다.

조지타운의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한 골목길을 트라이쇼(삼륜자전거)가 지나가고 있다.

■ 역동적인 미래도시, 쿠알라룸푸르

돌아오는 길에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들렀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452m 높이의 초고층으로 83층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 사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빌딩은 일본이, 두 번째 빌딩은 한국 건설사가 올렸다. 영화 <인트랩먼트> 배경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건물로 여행객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한다.

힌두교 사원인 바투 동굴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동굴 사원으로 가려면 272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272’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원죄의 수란다. 계단 앞에 금박을 입힌 43m 높이의 무루간 신(남인도 고대 타밀족의 주신) 입상이 있다. 원숭이들이 동굴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닌다.

현지인과 소통하는 데 쇼핑과 외식만 한 게 없다. 부킷 빈탕에 가봤다. 쿠알라룸푸르 최고의 번화가로 쇼핑과 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파빌리온, 수리야 등 화려한 쇼핑몰에서 저렴한 상품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엔 맛있는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직장인과 배낭여행객들이 한데 뒤섞여 북적댄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다. 국립 모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별 모양의 푸른 지붕과 우뚝 솟은 탑이 인상적인 이곳은 최대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론 출입할 수 없다. 긴 옷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투동(이슬람교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긴 두건)을 쓰고 예배당 쪽으로 들어가봤다. 손과 발과 얼굴을 씻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경건하다. 이교도인 여행객도 옷깃을 여미게 된다. 여행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페낭 길잡이

페낭으로 직접 운항하는 항공편은 없다.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는 게 보통이다. 쿠알라룸푸르까지 6시간30분, 페낭 공항까지 약 55분. 에어아시아가 인천~쿠알라룸푸르 매일 2회, 쿠알라룸푸르~페낭 매일 10회 운항한다. 에어아시아의 간편환승 서비스를 이용하면 입국심사 없이 환승할 수 있고 수하물 체크인도 한 번만 하면 된다. 말레이시아 기온은 연평균 21~32도로 1년 내내 별 변화가 없다. 화폐는 링깃. 한류 영향으로 현지 환전소에서 원화(1만원권)도 환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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