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치장 없어도 품격 있네, 조선의 문장가

2016.05.27 20:53 입력 2016.05.27 21:09 수정

문장의 품격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98쪽 | 1만5000원

우리는 일상 속 경험과 생각들을 담아낸 글로 주변의 생활상을 읽어내고 또 집단지성을 형성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어땠을까. 조선시대에도 이처럼 글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가져온 사람들이 있었다.

[책과 삶]치장 없어도 품격 있네, 조선의 문장가

허균, 이용휴,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이옥 등 문장가들이다. 이들은 마치 오늘날의 ‘파워블로거’처럼 형식과 내용의 제약에서 벗어나 일상을 다채롭게 표현한 글쓰기로 동시대의 삶을 움직였다. 전형적인 선비들이 말하려 하지 않았던, 이전의 문학에선 소재로 잘 쓰지 않던 것을 즐겨 다뤘다. 여성과 평민 등 소외계층의 일상에서부터 음식, 바둑, 담배 등 기호식품까지 다양한 소재를 당당하게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내면을 스스럼없이 표현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문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생각과 소회의 전달에 치장이 없어 불편하지 않다는 것.

“내가 죄를 지어 바닷가로 거처를 옮긴 후부터는 (…) 밥상에 올라오는 것이라곤 썩은 뱀장어와 쇠비름, 미나리에 불과했다. (…) 산해진미를 입에 물리도록 먹어서 물리치고 손도 대지 않던 옛날의 먹거리를 떠올리며 언제나 침을 흘리곤 했다.” ‘푸줏간 옆에서 입을 크게 벌려 입맛을 다신다’는 뜻의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의 내용이다. 허균이 귀양지에서 유폐된 채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게 되자, 지난날 맛보았던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며 쓴 책이다.

“문체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다. 전과는 다른 생각과 시선이 있기에 그것을 담는 문체도 변화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흥미로운 일상사에 시선을 둔 허균의 사유 덕분에 <도문대작>은 한국의 식품사에서 가장 오래된 중요한 문헌이 됐다.

글쓰기에 대한 이론과 전략은 없다. 다만, 글쓰기는 발견의 기록임을 알려줄 뿐이다. 상투적이란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50여편의 고전 산문을 한문학자인 저자가 담백한 문체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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