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사람‘만오천년된 친구’

2002.12.01 17:49

늑대가 개의 조상일 것이라는 생각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품안에 쏙 안기는 조그만 치와와와 어린아이만큼 몸집이 큰 그레이하운드가 같은 종이 맞을까?

미국의 과학전문잡지 사이언스는 최근호에서 개의 진화과정에 대한 3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개는 아시아 지역의 늑대로부터 진화되었으며 유럽과 아메리카의 개는 똑같은 조상을 가졌고 약 1만5천년 전부터 길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학자도 있지만 개가 어떻게 인간과 가까워졌는지를 알게 해주는 흥미있는 연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개의 선조는 아시아산 늑대

많은 사람들은 개의 선조가 늑대라는 데 동의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개가 자칼, 코요테와 같은 다른 동물로부터 유래했으며 진짜 개의 선조는 멸종했다고 주장한다.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기술연구소의 피터 사보레이넨 박사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아메리카 등 전세계 654마리 개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모든 개에서 공통적인 하나의 유전자 풀(pool)이 있었으며 3개의 커다란 그룹으로 나눠졌다. 특히 아시아지역의 개들이 유전적으로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아시아에서 개의 조상이 유래했음을 의미한다는 것.

#아메리카 지역 개들의 선조는 회색늑대가 아니다

아메리카 지역의 개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회색늑대에서 갈라져나왔을 것이라는 기존 이론도 뒤집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의 연구진들은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에서 발견된 37개 개뼈에서 DNA를 추출해 11개의 알래스카 지역의 개와 비교했다. 또 이들을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140마리의 개와 비교한 결과 현재 유럽에 살고 있는 개들과 아메리카의 개들은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함을 밝혀냈다. 결국 인간이 베링해협(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에 있는 해협)을 건넜을 때 개들도 함께 건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개가 언제 길들여졌나

DNA 분석을 거슬러 올라가면 개는 4만년 전 하나의 공통조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초기 개들은 늑대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제까지 고고학자들은 독일에서 발견된 1만4천년된 턱뼈를 개의 조상으로 인정했다. 이 뼈는 3,500년 전의 화석에서 발견된 개의 뼈와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이스라엘에서는 1만2천년 전에 묻힌 여인이 손에 강아지를 든 채 발견됐다. 이 때문에 개가 인간에게 길들여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9,000~1만4천년 전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개들은 약 1만5천년 전에 가축으로 길들여지기 시작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보레이넨 박사는 개의 유전자 풀에서 3개 그룹들이 갈라져 나온 시점을 추정하면 약 1만5천년 전으로 이 시점부터 개가 길들여지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개가 어떻게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미국 하버드 대학의 브라이언 헤어 박사는 개가 선천적으로 사람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발달했다고 답한다. 그의 실험 결과 사람이 숨겨놓은 먹이를 찾아내는 데 9주된 강아지가 성인 침팬지보다 나았다고 한다.

/이은정기자 ejung@kyunghyang.com/

/자료사진: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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