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영화 ‘태풍’ 고사 현장의 장동건·이정재

2004.11.01 15:49

[대중문화]영화 ‘태풍’ 고사 현장의 장동건·이정재

장동건이 해적 ‘씬’, 이정재가 해군 장교 ‘강세종’ 역을 맡았다. 최근 부산에서 마련된 이 영화 고사(告祀) 자리에 나란히 등장, 무사고 촬영과 대박을 기원하는 이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텁수룩한 머리에 까맣게 타고 광대뼈가 드러나 보이는 장동건과 머리를 짧게 깎아 더욱 깔끔하고 단단해 보이는 이정재는 극중 인물의 면면을 떠올리게 했다.

장동건은 “중국에서 ‘무극’을 찍는 동안 살이 좀 빠졌고 귀국하기 한 달 전부터 운동량을 늘려 6㎏을 뺐으며 지금은 1~2㎏쯤 더 빠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정재는 “무술감독이 짠 프로그램에 따라 침투·낙하·특공무술 훈련을 석달쯤 했다”면서 “예전 ‘방위’ 시절 선임하사가 날 골탕먹이려고 헬기펠러를 태운 적이 있는데 이번에 공수부대에서 훈련받을 때가 훨씬 더 무서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사는 제작진과 관계자 등 200명 정도가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실내로 꾸며진 ‘부산 영화촬영 스튜디오’ 세트에서 열렸다. ‘태풍’에 대통령으로 출연하는 신성일씨가 고사중 이정재에 대해 “반듯하고 강직해 보이는 게 영락없는 해사 출신”이라고 칭찬했다. 또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 촬영에 앞서 석달 동안 3백(쌀·밀가루·설탕)을 금하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17㎏을 뺀 적이 있다”면서 장동건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동건과 이정재는 서른두살 동갑으로 평소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렇지만 한 작품에 출연하는 건 ‘태풍’이 처음이다. 예전에 TV드라마도 함께한 적이 없다. 둘은 또 ‘태풍’시나리오를 읽지 않고 출연키로 결정했다.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었죠. 그리고 감독님과 이미 ‘친구’를 해봤잖아요. 굳이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고 난 뒤에 결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감독님과 꼭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없을까 주변에서 얼쩡거리다가 ‘태풍’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적극적으로 알아봤죠.”

곽경택 감독은 이정재의 말을 부인했다. “그 전에 정재씨를 캐스팅하려고 소속사에 시나리오를 보냈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사실이든 서로를 치켜세우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두 배우는 현재와 달리 배역을 맞바꿔도 무방할 듯했다. 이정재가 해적, 장동건이 해군 장교를 맡는 경우에 대해 물었다. 둘은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정재는 “할 수 있는 캐릭터와 하고 싶은 캐릭터는 다르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해군 장교는 내 이미지에 맞고 잘할 수 있지만 해적은 모두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장동건은 “생각은 해봤지만 광기 있는 인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해안선’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서 광기를 표출해 지겹지 않겠느냐고 묻자 “할수록 재밌고,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안으로 삭이는 광기”라고 말해 또다른 기대를 갖게 했다.

곽감독은 “유일하게 분단된 조국을 둔 젊은이들의 대립과 이해, 진한 감동을 담아내겠다”면서 “한국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력의 최대치도 보여주겠다”고 역설했다. “촬영기간만 8개월인 마라톤인 만큼 페이스를 잘 조절해야 한다”며 “해군 측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실무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를 맡은 CJ엔터테인먼트 최평호 상무는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마켓에서 일본 도시바에 미니멈 개런티 2억엔(21억원)에 판권을 팔았고, 지분투자 1억엔(10억5천만원)도 받았다”면서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정재는 시종 고무된 표정이었다. “액션영화를 좋아하는데 그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이번에 원도 한도 없이 액션을 하게 됐다”고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동건도 밝았다. 그는 이번에 북한 사투리는 물론 태국어와 러시아어도 구사한다. 그는 “영화 ‘친구’때 외국어(부산 사투리) 대사에 대한 노하우를 익혔고, 그 방법대로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일본어, ‘무극’에서 중국어를 했다”며 “마찬가지 방법으로 녹음 테이프를 반복 청취하면서 내 캐릭터에 맞게 (3개 국어를) 익히고 있다”고 밝혔다.

‘태풍’은 10월 말부터 부산·태국·러시아에서 8개월 동안 촬영, 후반작업을 거친 뒤 내년 12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돌발사태·엔지·현장 분위기 악화·스케줄 펑크·날씨 변덕 귀신… 모두 모두 물러나고 한국과 해외에서 대박을 이루게 해달라”는 제작진의 바람대로 ‘태풍’이 태극기를 휘날릴지, 장동건과 이정재의 활약이 기대된다.

〈부산|배장수 영화전문기자 cameo@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