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난 10인

소외된 이웃 돌보는 오학래 경사

2005.05.01 16:24

“그때 기사에 정현이, 정은이 얘기 있었나요? 성진이, 정호, 아름이는요?”

6년 만에 다시 만난 서울경찰청 202경비대 오학래 경사(42). 자신이 돕고 있는 소년소녀 가장들의 이름을 숨도 안쉬고 읊어내린다. 모두 1999년 1월21일 매거진X와 인터뷰한 이후에 새로 알게 된 친구들이다. 신문에 소개되어 유명해지면 조금 게을러질 것도 같은데 그는 변한 게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찾아가고 있다. 요즘 그가 휴일을 투자하는 곳은 한벗 장애인 이동봉사대. 1주일에 2~3번 중증 장애인의 집에 들러 밥 먹이고 목욕시킨다. 대소변도 일일이 받아낸다. 하루에 두세시간 봉사하는 것은 성에 안찬다. 한번 출동하면 온종일이다.

종종 어이없는 오해도 받는다.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 받고 온 사람들은 저도 범죄 저지르고 온 걸로 알아요. 체격이 한창 좋을 때는 ‘혹시 조폭이었냐, 몇시간 배당받았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100㎏에 육박하던 몸무게가 80㎏으로 줄었다. 24시간 근무한 다음날도 쉬지 않고 무의탁 노인을 돕는다며 이곳저곳 뛰어다니니 몸이 축날밖에. 그는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내가 죽으면 연구용으로 써달라’며 고려대학병원에 시신 기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썩어 없어질 몸, 열심히 공부하는 의학도를 위해 쓰면 좋잖아요.”

자신이 가진 것을 남김 없이 나누고 싶은 오경사. 무의탁 노인과 소녀가장들의 연락처가 빼곡히 적힌 두툼한 수첩은 여전히 그의 보물 1호다.

〈글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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