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구속과 국가경쟁력

2006.05.01 15:20

검찰 조사 결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자신의 아들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탈법 재벌 오너의 사법처리에 미온적이라는 평판을 들어왔던 검찰은 고심 끝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몽구 회장 등 현대·기아차 그룹 관련 검찰 수사가 점차 강도를 더해가면서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공정한 법 집행의 한 가닥이 잡힌 것이다. 다른 한 가닥이랄 수 있는, 기소 후에 이루어질 법원의 재판이 남아 있지만 정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경제정의 실현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인격을 탈피한 자본에 의해 운용되는 경제체제라 할 수 있다. 주식회사는 이런 경제체제에서 가장 크게 빛을 발휘한다. 주식이 누구의 소유냐에 상관없이 주식 발행으로 축적된 자본이 원동력이 되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나간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10억원의 돈을 밑천으로 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보니 자금이 더 필요해졌다. 이 사람에게는 더이상 자금 여력이 없거나 여력이 있더라도 필요한 만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을 얻고자 한다. 이러저러한 사업을 하는 데 만약 얼마의 돈을 내면 사업으로 얻는 이익을 나누자고 제안한다. 돈을 내겠다는 사람들에게 증표를 주고 자금을 끌어모았는데 모두 1백억원이 되었다. 사업은 잘 되어갔고 더 큰 이윤을 내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해 같은 방법으로 9백억원의 자금을 더 모았다. 사업은 더욱 더 잘 되었다. 이 예가 주식회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예에서 만약 처음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끌어모은 돈을 마음대로 쓰도록 방치한다면 9백90억원의 돈을 낸 사람들의 처지는 어떻게 될까. 또 사업을 통해 얻은 이윤을 그 사람의 임의대로 처리하게 한다면 돈을 낸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타주의자의 화신이 아닌 이상 모아진 돈을 임의대로 쓰게 한다면 이를 자기에게 이익이 되도록 처리할 것이고, 언제든 돈을 낸 나머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게 된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자본을 모으는 방법부터 자본을 이용한 영리 행위와 이윤의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자본을 투자한 사람들의 의사에 반하지 않도록 갖가지 장치를 마련한다. 그런 장치가 흔히 말하는 법과 원칙으로 자리잡는다.

위 예에서 사업을 처음 구상하고 시작한 사람이 돈을 모으고 이를 활용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게 되지만 돈을 낸 사람이 없었다면 이윤 창출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그 사람만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여러 주인 중의 한 명일 뿐이다. 나아가 보다 많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시장이 없다면 그 회사의 사업은 성공할 수 없고, 시장은 그 회사를 신뢰하고 거래를 함으로써 이득을 얻는다는 점에서 회사와 시장은 서로 의존 관계에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은 사회(시장)에 일정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가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데, 이것들을 보다 단순화해보면 그 대부분은 위의 예에서 발견되는 법과 원칙을 어기거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데서 비롯된 것들이다. 경제는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가 많은 대기업이 법과 원칙,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자기이익 추구에만 여념이 없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경제 범죄는 중하게 다루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정회장의 구속으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적 파장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보다 엄정한 사법처리가 요망된다.

1. 경제 위기 가능성과 정회장 구속 반대론을 비판해보라.

2. 경제 정의의 관점에서 정회장 구속을 논의해보라.

3. 기업의 윤리 경영과 국가 경쟁력의 관계를 논의해보라.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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