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기와 ‘엉덩이 주사’

2008.02.01 17:32
나라 유리에 / 서경대 일본어과교수

[한국에 살아보니]한국 감기와 ‘엉덩이 주사’

나는 지금 감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실은 이 글을 쓰는 가운데도 온몸이 쑤시고 있다. 일본에도 감기는 있지만 한국 감기 같지는 않다. 외국에 갈 때, 현지의 약이 안 맞을 수 있다고 해서 일본에서 먹던 약을 가지고 왔다. 감기약, 두통약, 위장약, 비타민 등. 이런 약들을 아플 때 잘 먹고는 있지만, 감기약만은 한국에서 그 때마다 병원에 가거나 약국에 가서 사 먹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 감기가 독해서 그런지, 증상이 독특해서 그런지 일본 약으로는 효과를 못 봤기 때문이다.

우선 ‘몸살’이라는 말이 일본에는 없다. 열 때문에 관절부분이 조금 아프긴 한데 몸살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거나 피곤해도 몸살을 앓아본 적이 한국에 오기까지는 없었다. 한국에 와 몸살을 앓아 온몸이 쑤시면서 아팠다. 이런 아픔이 있구나! 스스로 놀랐다.

병원에서는 주사를 놓아준다. 일본에서는 웬만하면 주사 없이 치료를 하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주사를 많이 맞는다. 그런데 감기가 독해 주사를 안 맞으면 잘 낫지 않고, 또 감기가 오래 가기 때문에 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주로 팔에 주사를 맞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고 주사방에 가라고 해서 주사방에 들어갔다. 팔을 내밀었더니, 간호사가 한국에서는 엉덩이에 주사를 맞는다고 알려줬다.

‘엉덩이’라고 하기에 정말 엉덩이 가운데인 줄 알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병원인데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할까봐 바지와 속옷를 무릎까지 한 번에 확 내렸다. 그랬더니 간호사가 놀라 웃으면서 빨리 입으라고, 조금만 내리면 된다고 했다.

주사를 맞아봤더니 거의 허리에 주사를 맞는 것이었다. 그러면 처음부터 허리라고 해주시지…. 얼굴이 빨개졌다. 이런 이야기를 수업에서도 하는데 어떤 학생이 일본에 유학 가서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엉덩이를 내밀었더니 일본 의사 선생님이 놀랐다는 이야기를 알려줬다. 외국에서 주사를 맞을 때에는 어디에 어떻게 맞는지 꼭 확인해야 할 듯하다.

한국에서 하나 더 놀란 것은 약국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간판이 잘 보이게 걸려 있다. 그 덕에 나도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외운 한글이 ‘약’과 ‘꽃’이다. 일본에서는 큰 마켓이나 상가 안에 섞여 있거나 화장품과 함께 파는 곳이 많다. 일본도 약국에 가면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대로 약을 주는 것은 한국과 같다.

그런데 약 색깔은 한국과 일본에 조금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흰색, 연한 노란색, 주황색 정도인데, 한국에서는 핑크색, 파란색 등 화려하다. 한국은 병원도 잘 되어 있고 약국도 많다. 그래서 아파도 마음이 든든하다. 그런데 올해 감기는 독하고 오래 간다.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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