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놓친 사각지대 시민의 눈이 번득였다

2008.06.12 09:38

‘대안’이란 단어에는 새로운 해결책이란 의미가 담겨 있지만, 기존 것에 대한 불신이라는 뉘앙스도 깔려 있다. 촛불집회에서 ‘대안 언론’으로 역할을 톡톡히 한 시민 저널리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존 주류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대한 불만이 직접 시민들로 하여금 카메라 등을 들고 나서게 했다.

기술적 발전도 시민 저널리즘의 토대가 됐다. 실제 시민기자들은 촛불현장을 방송하거나 촬영했고, 이런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확산시켰다. 첨단 휴대 정보기술(IT) 장비와 인터넷 공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실제 이번 촛불집회 때도 다음 아고라(http://agora.media.daum.net)나 블로그의 집합체인 올블로그(http://www.allblog.net) 등은 시민기자들이 취재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넘쳐났다. 인터넷사이트 아프리카(http://www.afreeca.com)에선 촛불집회 현장이 생중계됐다.

시민 저널리즘의 맹아는 1999년 시애틀에서 전개된 세계무역기구(WTO) 반대시위에서 싹 텄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수만명의 시위대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첨단 전자장비를 동원, 인터넷을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들의 요구 사항을 표현했다. 한국에선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에서 시민 저널리즘의 싹이 보였다. 당시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사진들을 공유하고, 문자 메시지(SMS)를 활용해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2005년엔 한 네티즌이 국민연금의 일곱 가지 문제점을 다룬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글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파장이 커지자 정부에선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버마 민주화운동, 티베트 독립요구 시위 등의 현장사진 등도 주류 언론의 기자가 아닌, 시민기자들이 몰래 찍어서 올린 것이 많다고 한다.

시민 저널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주류 언론이 놓친 사각지대를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노동자·농민·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시민 저널리즘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소재다. 주류가 잘못된 방향으로 여론을 인도하려 할 때도 소수를 대변하는 시민 저널리즘이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선 여론의 다양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가 초래할 수 있는 광우병 위험도 처음엔 이렇게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문제점을 밝히고 토론하면서 여론이 바뀌었다”면서 “시민 저널리즘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선전했던 조·중·동 등 주류 미디어를 패배시켰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

물론 단점도 있다. 잘못된 정보가 투입되더라도 자정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걸러질 가능성이 아무래도 낮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악성 루머가 번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이런 환경 때문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쉽게 글을 쓰다보니, 감정적인 글도 나올 수 있다고 송교수는 지적했다.

<이용욱기자>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