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출판시장 혁신’ 사명감 속 성장 다져

2009.10.25 17:05 입력 2009.10.26 09:34 수정
이은애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기업 운영방식

도서출판 ‘점자’는 고령화 시대에 더욱 늘어날 독서장애인을 대상으로 특수출판업을 펼치는 사회적기업이다. ‘국가 실패와 시장 실패가 뚜렷한 틈새시장의 개척자’의 전형적인 사례다. 정부는 물론 수익이 낮아 기성 출판업계도 외면했던 독서장애인의 독서 및 학습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기업 성장기반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점자’는 국내 최초의 점자도서관 설립, 국내 최초로 라벨 도서 및 큰 글자 도서 전문 제작, 세계 최초 사회적기업 형태의 촉각도서 전문 출판, 점역 교정사나 촉각도서 기획제작자 등 전문 기술직원 최다 내부양성, 독서장애인 정책환경 개선을 위한 다수의 법률 제언 등 다양한 기록을 보유하며 특수 출판시장의 혁신가로서 사명을 다하고 있다. 이렇듯 장애인에 대한 자선과 편견의 벽을 넘어 시민권 보장에 유용한 비즈니스 모델(특수 출판)을 개발하고, 모델 확산에 동참할 후배 양성을 위해 학과 설립과 직원 교육에 과감히 투자하는 가운데 결국 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제도적 환경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점자’와 육근해 대표의 태도야말로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한다.

특히 이러한 사업분야 확장을 위한 실험이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양화하는 독서장애인의 수요를 조사하고 수요별 출판도서를 기획하는 일, 일반 도서보다 제작기간이 길고 납품부수도 소규모이며 때로는 맞춤형 주문제작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인건비 부담으로 엄두도 못 내던 일을 사회적일자리 지원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회적일자리 지원사업의 정책목표가 사회적으로 부족한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사회서비스 확충과 일자리를 개발한다는 것임을 상기해 볼 때, ‘점자’는 이러한 정책목표 달성은 물론 대부분의 작업을 내부화함으로써 참여자들의 전문적 직업훈련 성과도 이루어 내고 있는 성공적 사례라 평가된다.

‘점자’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고 험하다. 독서장애인의 정보격차 해소문제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저자나 출판업계로부터 저작권 사용에 도움을 얻기 어렵거나, 제작시간과 투입비용에 비해 턱없이 낮은 조달 납품가로 인한 수익률 저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며 정부와 기존 출판업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우선 인세기부 등에 동참하고 있는 저자나 출판사들을 시작으로 점묵자 혼용책자 발간에 대한 저작권나눔운동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공공 및 민간도서관의 장애인용 도서구매 할당제 도입, 최저가 입찰방식을 개선해 장애인에게 효용이 높은 책자 구입시 정당한 임금과 기획시간 투여가 가능한 수준의 가격 책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최고 가치(Best Value) 낙찰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과 정책의 변화는 사회적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기되고 견인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그 가능성을 높여낼 수 있기에 장애분야와 출판업종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기업과의 정책적 협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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