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평준화는 구별돼야 한다

2009.11.01 18:11
김택수/용인외국어고 2학년

정두언 의원님을 중심으로 한 ‘외국어고 폐지 법안’ 제출에 대한 논란은 이미 전 국민을 찬성과 반대로 나뉘게 할 만큼 그 여파가 거세다. 수많은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논란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외국어고 학생의 의견은 직접 들을 기회가 적었던 것 같다. 정 의원님을 중심으로 주장되고 있는 ‘외고 폐지 법안’은 네 가지 이유로 인해 그 주장이 타당하지 못하다.

첫째, 외고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을 ‘수요’라 하고 외고의 총정원수를 ‘공급’이라 보았을 때의 논리적 모순이다. 외고에 부정적 시각을 보내는 분들의 논거는 ‘외고가 사교육의 본거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수요와 공급을 착각한 결과에 다름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수요는 ‘사교육에 대한 수요’다. 그러나 이 수요는 ‘외고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정됨으로써 나온 2차적 수요에 불과하다. 1차적 수요 즉 ‘외고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했더라면 발생되지 않았거나 혹은 적게 발생되었을 수요다. 초과수요는 공급, 즉 ‘외고 또는 특수목적고의 총정원’을 늘림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각 외고 또는 특목고에 충분한 보조금을 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구체화하거나 더 많은 공립 외고 또는 특목고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평준화’라는 단어의 오용, 남용에 따른 오류다. ‘평등’과 외고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평준화’는 다른 개념이다. 역사 속에서 유구한 투쟁으로 얻어진 평등은 때로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고 국민들의 일시적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쓰이는 정치적 평준화와는 구별돼야 한다.

셋째, 외고 폐지는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헌법 31조 1항 위반이다. 여기서의 ‘능력’은 ‘평준화된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닐 것이다. 헌법의 정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외고 폐지로 대표되는 특목고 폐지가 아닌 추가 설립과 자율권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다면 이를 비로소 ‘평등’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합리적 차별’의 필요성에 대한 무시다. 외고는 뛰어난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공부에 집중하기 수월할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양질의 토론과 독서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차이는 외고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한 덕일 것이다. 이는 대학 입시나 취업과 같은 ‘합리적 차별’에 근거한 것이고, 나는 이 같은 합리적 차별이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인맥과 학연의 문제점은 수많은 특목고가 설립되고 입학의 문이 낮아지면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외고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반대한다. 오히려 더 많은 외고가 설립되고, 많은 특수한 목적을 지닌 고등학교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개인 의견이므로 내가 소속된 학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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