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담아둔 선율 마음껏 연주하니 행복”

2010.09.01 21:22 입력 2010.09.01 21:24 수정

뉴에이지 음악 3주연속 정상…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로 유명

다양한 장르 아우르는 음악 꿈

“가슴에 담아둔 선율 마음껏 연주하니 행복”

3주 전 데뷔하면서 낸 새내기 피아니스트의 음반이 3주 연속 차트 정상이라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무척 좋은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23)가 그 주인공. 그의 앨범 ‘에보니 앤드 아이보리’는 이루마, 유키 구라모토, 히사이시 조 등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를 제치고 주요 음반, 음원 차트 뉴에이지 부문에서 정상권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초 이틀간 열린 데뷔 콘서트 티켓은 8분 만에 매진됐다. 이 정도면 웬만한 스타급 가수 못지않은 인기다. 사실 그는 데뷔 전부터 인터넷 검색어 1위를 오르내리며 일찍이 유명세를 떨쳤다. 몇년 전 드라마 OST를 편곡해 피아노 연주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인터넷 스타로 불렸던 그가 유명인사로 발돋움한 것은 지난 6월 SBS 예능 프로그램인 <스타킹>에 출연하면서였다. 그는 당시 그룹 2PM의 닉쿤을 닮은 피아니스트로 소개돼 닉쿤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얼떨떨하고 실감도 안 나요. 다니면서 알아봐주는 분들도 있는데 아직은 쑥스럽고 어색하거든요. 전 그저 제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마음껏 연주할 수 있어서 좋고, 제 연주를 좋아해주시니 행복할 뿐이죠.”

그는 클래식 명문학교인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음대를 다니다 중간에 실용음악으로 유명한 버클리 음대로 진로를 바꾼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것은 으레 소개되는 신동들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비슷하다.

“제가 4살 때 TV에 나오는 배경음악을 몇번 흥얼거리더니 그대로 피아노로 연주하더래요. 부모님은 신동 났다고, 제가 천잰 줄 알고 그때부터 개인 레슨을 받게 했어요.”

한 번 들은 음을 그대로 재연하고 즉석에서 자작곡을 연주하는 등 재능을 보이면서 그는 당연히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들은 열심히 공부하기를 원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에 매진했지만 피아노에 대한 생각은 갈수록 간절해졌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큰 모험을 감행했다. 음악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가서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부모에게 일종의 ‘딜’을 제안한 것. 사실은 피아노를 치고 싶었던 속셈이 더 컸다. 결국 고교 4년 내내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리더로 활동하고 마음껏 피아노를 치며 활약한 덕에 대통령상인 ‘아메리칸 뮤지션 어워드 인재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부모님이 져 주셨죠. 초등학교 이후 제대로 된 레슨을 받은 적 없이 독학했는데 다행히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공부하다 보니 뭔가 아니다 싶었어요. 남이 만든 곡을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 대신 제 곡을 만들어 제 방식대로의 피아노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졌어요.”

그래서 클래식 음악 공부를 중단하고 버클리 음대로 진로를 바꿨다. 그동안 모아놓은 작곡 포트폴리오로 장학금까지 받으며 입학할 수 있었다. 입시를 위해 악보를 그렸지만 그는 평소 악보를 그리지 않는다. 모든 악상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음반에 수록된 14곡은 모두 어린시절부터 가슴에 담아뒀던 악상을 연주해낸 것이다. 앞으로는 클래식, 뉴에이지, 가요 등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 지금도 하루에 4시간 이상 연습에 매달린다는 그는 대중에게 피아노 음악을 보고 듣고 즐기는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라는 출발점이 엄청난 행운이기도 했지만 거기에 도취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허무함의 함정이라는 것도 잘 안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히는 그를 보며 행운의 여신은 앞으로도 그의 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