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선 화가의 웃음이 그리워지는 날

2011.07.01 21:08 입력 2011.07.01 21:25 수정

초록색 풀밭 위의 빨간 말. 무얼 보았는지 반가운 마음에 그쪽을 향해 뛰어가려고 엉덩이를 쭉 빼고 앞다리에 힘을 불끈 준다. 갈기를 휘날리며 코를 벌름벌름, 표정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금방이라도 우하하 폭소를 터뜨릴 것만 같다. 아무리 멀리, 높이 뛰어도 걸릴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자유를 향해 뛰어간다. 이에 장단 맞추듯, 초원의 풀들도 위로 쭉쭉 뻗어 새파란 하늘까지 닿았다. 그래서 하늘 몇 조각이 후드득 풀밭에 떨어졌다.

김점선씨가 이 초록빛 풀밭의 행복한 말을 장영희의 말로 지정한 이유는 뭘까? 황우석의 줄기세포 꿈은 멀어져 가버렸지만 금방이라도 뒷다리를 쭉 펴고 벌떡 일어날 듯한 저 빨간 말의 힘을 소망했을까. 아니면 세 평짜리 복잡한 연구실에 갇혀 이런저런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사는 내게 저 넓은 초원의 자유를 선사하고 싶었을까. 아니, 그보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바로 저 표정,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듯한 표정 때문에 이 예쁜 빨간 말이 내 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김점선씨 옆에 있으면 늘 그렇게 웃기 때문이다.

[책 속의 풍경]김점선 화가의 웃음이 그리워지는 날

-고 김점선 화가의 2주기를 맞아 그의 그림과 사진작가 김중만의 사진을 엮고, 지인들의 추모글을 모아 펴낸 <김점선 그리다>(문학의문학) 중에서, 영문학자 고 장영희가 생전에 쓴 글 ‘빨간 말의 힘’의 일부.

[책 속의 풍경]김점선 화가의 웃음이 그리워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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