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터지게 먹자” 재개발 저항 상징 ‘두리반’ 다시 열어

2011.12.01 21:23

“우리 여기 모여 칼국수, 보쌈, 왕만두 배 터지게 먹어 봅시다.”

1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호텔 뒤편, 재개발로 인한 철거에 맞서 장기 농성을 벌였던 칼국수 집 ‘두리반’이 다시 문을 열었다. 531일간의 농성에 지지를 보내며 힘을 보탰던 70여명이 식당을 가득 메웠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식당 입구에서 ‘두리반’이라고 쓰인 노란 앞치마에 ‘두리반 파이팅’ ‘대박 나세요’ 등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주인 안종녀씨(52)와 남편 유채림씨(50)가 앞으로 식당일을 하며 입을 앞치마다. 앞치마를 넘겨받아 두른 안씨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철거’ 싸움에 승리했지만 분노는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두리반을 찾아줄 것이고, 승리할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가 장사를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1일 서울 마포구에 다시 문을 연 칼국수 집 ‘두리반’에서 주인 안종녀·유채림 부부와 시민단체 회원, 명동·북아연동 상가 세입자, 지역 주민들이 모여 축하공연을 듣고 있다. 안씨 부부는 2009년 12월부터 재개발에 맞서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며 531일 동안 농성을 벌였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1일 서울 마포구에 다시 문을 연 칼국수 집 ‘두리반’에서 주인 안종녀·유채림 부부와 시민단체 회원, 명동·북아연동 상가 세입자, 지역 주민들이 모여 축하공연을 듣고 있다. 안씨 부부는 2009년 12월부터 재개발에 맞서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며 531일 동안 농성을 벌였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유씨는 “재오픈의 약속을 지키게 돼 가슴이 벅차기도 하지만 명동과 북아현동 등 다른 재개발 지역 상가 세입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고통스럽다”면서 “이제 소설가로 돌아가 이 사회의 아픔을 까발려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두리반 투쟁 과정을 산문집으로 내기 위해 작업 중이다. 그는 책 판매 수익금과 두리반 수익금을 보태 홍대 음악인들이 마음 놓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두리반 투쟁을 도왔던 이들과 명동·북아현동 상가 세입자, 마포 일대 지역 주민들이 모여 새 보금자리를 찾은 유씨 부부를 축하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의 두리반 간판과 시멘트 바닥에 그린 그림도 농성을 도왔던 사람들의 작품이다.

이원호 용산범대위 사무국장(36)은 “두리반이 상가 세입자 농성의 과제를 남긴 용산의 내일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농성 준비에 도움을 주며 두리반과 인연을 맺게 된 성미산마을 주민 박은경씨(41)는 “농성을 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면서도 두 부부가 마음고생이 심했다. 몸 상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영목씨(29)는 “사실 두리반을 알게 되면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가 세입자들의 사정도 알게 됐다”면서 “다른 철거 현장의 상가 세입자들도 두리반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 부부는 2009년 12월 두리반이 강제철거 위기에 놓이자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해 531일 동안 이어갔다. ‘작은 용산’이라 불린 두리반에는 인디 뮤지션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시민운동가들이 찾아와 문화행사를 열며 지지를 보냈다. 지난 6월 유씨 부부는 시행사와 ‘두리반이 기존 상권과 유사한 곳에서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유씨 부부는 두리반을 찾은 사람들에게 건전지 촛불을 나눠줬다. 투쟁 기간에 단전이 된 두리반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후원물품이다. 유씨는 “다시 문을 여는 두리반이 막개발의 희생양인 모든 철거민과 연대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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