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 후보 단일화, ‘정책 합의’ 도출이 필수다

2012.10.30 21:15 입력 2012.10.30 21:19 수정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이 어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야권 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공식 제의했다. 후보 등록(11월25~26일) 전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면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도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10일 정책안을 내놓기로 해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밝힌 안 후보의 전날 발언을 소개했다. 안 후보가 조건부이긴 하지만 단일화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18대 대선의 최대 변수인 단일화 논의가 제 궤도로 들어서는 국면인 듯하다.

양측 입장을 보면 온도차가 있다. 경선을 치렀으면 하는 문 후보 측은 서두르는 기색이고, 여론조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 후보 측은 시간을 끄는 분위기다. 둘 다 옳지 않은 접근법이라고 본다. 먼저 문 후보 측은 단일화 내용보다 민주당 중심의 대선 승리를 위한 절차와 형식에 집착하는 인상이 짙다. 이른바 정치공학적 접근이다. 또 “방식보다 가치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며 정치적 기득권 폐기를 강조하는 안 후보의 언급에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듯한 고자세가 느껴진다. 안 후보가 주장하는 대로 가치와 정책을 위한 단일화를 위해서라면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단일화를 채울 내용과 방식 논의를 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단일화 논의가 두 사람의 동상이몽으로 흐르면 국민의 피로감만 커지고, 정권교체라는 가시적 목표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양측이 정치쇄신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정치는 물론이고 노동과 복지, 경제 등 각종 정책 경쟁으로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 4·11 총선 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야권연대를 하면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실현 등을 포함한 범야권 공동정책 합의문에 서명한 바 있다. 하물며 국가 운영을 책임지겠다는 대선 후보 단일화를 놓고 정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범야권 시민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원탁회의’가 두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면서 ‘아름다운 연합정치’를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일화 논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정치 게임이 아니라 수권능력을 걸고 겨루는 진검승부가 돼야 한다.

문·안 두 후보 측은 각자의 정책들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으로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가치와 정책의 공유는 물론, 후보만이 아닌 세력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어떤 단일화냐가 더욱 중요하다. 두 사람의 정책은 외견상 차이가 없어 보이나 구체적 실행 방식이나 우선순위 등에선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두 후보 진영은 2002년 대선 당시 정책적 연대 없이 지분 나누기에 그친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가 투표 전날 파기된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빠진 단일화는 그만큼 명분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책 합의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것이 승리지상주의 단일화의 함정을 실질적으로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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