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원칙으로 ‘릴레함메르’ 환경올림픽 별칭… ‘덴버’는 환경파괴 반대 목소리에 개최권 반납

2013.04.12 21:24

역대 동계올림픽을 치른 나라와 도시에서 쫓던 ‘두마리 토끼’가 있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올림픽을 열고픈 꿈이었다. 환경보전과 경제적 성공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숙제였던 것이다. 스키·스노보드를 비롯해 산 속에 대형경기장과 부대시설을 짓는 동계올림픽에서 환경은 숙명적으로 부딪쳐온 이슈였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평창도 ‘환경올림픽’이란 명예로운 별칭이 붙은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많은 고심과 모색 끝에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방안들을 찾아나섰다. 조직위가 먼저 선택한 것은 새 건물을 가급적 짓지 않고 쓰레기를 줄이는 작업이었다.

조직위는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바위산에서 바위를 도려내고 동굴형으로 만들었다. 산에서 나온 석재는 도로를 포장하거나 미에사호수에 산업폐기물이 흘러드는 것을 막는 데 사용했다.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은 바이킹 함선 모양으로 목재식 건물로 만들었고, 봅슬레이 경기장에도 금속 대신 목재를 주로 사용했다. 대회 후 불필요해지는 선수촌과 언론인 숙소 등은 가건물로 만들고, 대학생 기숙사 등으로 재활용해 대회 폐막 후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했다.

조직위는 대회 중 발생한 쓰레기는 모두 재활용하는 원칙을 세웠다. 따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 식당의 그릇도 감자로 만들었을 정도다. 1993년 미국 시애틀타임스는 ‘릴레함메르시가 스키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혼합된 바이애슬론 종목에서 나오는 총알이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거대한 그물을 설치하고, 총알도 재활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노력으로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아직도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모든 도시들이 따라야 할 선례로 남아있다.

대회의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에서는 흑자를 기록했던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도 주목받고 있다. 당시 LA시는 경기장을 신설하지 않고, 1936년 LA올림픽 때 지은 LA콜로세움을 활용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고 지역 내 대학 기숙사들을 활용한 것도 재정에 도움이 되었다. 새 것보다는 갖고 있는 것을 활용한 것이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큰 의미를 준 것이다.

역대 올림픽사에서는 환경 문제로 아예 올림픽 개최를 포기한 일도 벌어졌다. 197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가 대표적이다. 덴버시는 1970년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으나 지역사회에서 올림픽이 너무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모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환경 파괴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올림픽경기장 건설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이 문제되고, 올림픽의 경제성 논란도 지속됐다. 정치적 쟁점으로 번져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올림픽 반대가 60%로 나오자 덴버시는 아예 개최권을 반납한 바 있다. 덴버시의 중도 하차로 1976년 동계올림픽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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