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개발·자연훼손 우려되는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

2015.07.09 21:25 입력 2015.07.09 21:26 수정

정부가 어제 관광·벤처·건축 분야 218개 항목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수출과 내수가 침체된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까지 겹쳐 투자까지 위축될 지경에 이르자 정부가 투자를 이끌어낼 방안을 찾은 것이다. 정부는 대책이 ‘5조원+α’의 투자효과가 있다고 예측했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2조원 규모의 재정부양만으로는 경제 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정부가 이번에도 규제를 풀어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책 가운데 산지 관련 규제를 풀어 관광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한 ‘산악관광 활성화’는 그린벨트에 이어 산지마저 규제 완화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 국토는 64%가 산지이고, 그중 70%는 개발행위가 금지된 보전산지이다. 보전산지가 아니어도 정상 부근이나 경사도가 25도 이상인 지역은 개발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산악관광진흥구역’으로 지정되면 개발 규제에서 벗어난다. 여기에는 골프장을 비롯한 체육·위락시설과 숙박·상업·생산·휴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환경보전 대책 수립과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난개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산악관광구역은 사업자가 계획을 내면 심사해 지정하는데, 면적이 3만㎡ 이상이어야 한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만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 달 전 정부에 건의했던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다. 당시 전경련은 등산 대피소 예약 경쟁률이 100 대 1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대피소 시설을 확장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많은 등산객이 몰리면 환경 훼손 우려가 커져 인원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규제라고 간주한 것이다. 전경련은 일본과 스위스의 산 정상에 있는 호텔을 예로 들었다. 이는 일본·스위스 철도가 정상 주변까지 연결돼 있지만, 한국은 산자락부터 산을 깎아 도로를 내야만 정상에 숙박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절박함은 이해한다. 하지만 규제를 풀어주면 투자하겠다는 대기업 주장을 무작정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모든 규제에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걸 무시하고 규제를 없앤다면 부작용이 더 커진다. 특히 환경 관련 규제는 한번 풀면 다시 묶기 어렵다. 향후 복원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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