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력 최소 10kt, 4차 실험의 2배…“핵무기로 손색 없다” 평가
국정원 “핵 소형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수소폭탄은 아니다”
북한이 9일 실시한 5차 핵실험은 역대 최대규모의 폭발력인 것으로 파악돼 북한의 핵무기 기술이 더욱 진전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가 탄도미사일 탄두에 탑재하는 과정만 남겨놓은 완성단계에 들어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5차 핵실험을 통해) 새로 제작한 핵탄두 폭발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규모가 5.0인 것으로 미뤄 파괴력은 10kt(킬로톤·1kt은 TNT 1000t 폭발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월 4차 핵실험이 진도 규모 4.8, 위력은 6k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8개월여 만에 규모와 위력이 2배 가까이 강력해진 것이다. 정보당국은 5차 핵실험 강도가 12.2kt 정도였던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 목적을 ‘핵탄두 폭발시험’이라고 밝혔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력은 10~20kt으로 추정되며 이 정도면 핵무기로서 손색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험이 수소폭탄이나 증폭형이라고 보기에는 아직까지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핵탄두 폭발시험은 탄도미사일에 탑재,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를 만들어 지상 또는 지하에서 폭발시키는 것이다. 핵탄두 폭발시험 성공은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실전 사용이 가능한 핵무기 보유에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북한도 성명에서 “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장비한 전략탄도로켓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 확인했다”며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핵무기 3대 요소가 ‘핵물질’ ‘기폭장치’ ‘운반체계’라고 한다면 북한은 이 중 핵물질과 운반체계를 갖춘 상태다. 비행능력이 검증된 운반 수단인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소형화된 기폭장치만 탑재하면 핵무기체계가 사실상 완성되는 것이다.
북한은 다음 단계로 기폭장치를 제거한 소형화된 핵탄두를 실제로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터뜨리는 시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핵탄두 기폭장치를 미사일 탄두부에 탑재하려면 500~600㎏으로 소형화해야 한다.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은 스커드 770~1000㎏, 노동 700㎏, 무수단 650㎏ 등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북한의 목표는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할 정도의 크기로 핵을 소형화해서 개발하는 것”이라며 “그 목표가 당초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돼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탑재할 만큼 무기화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 강하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위력이 역대 최대지만 국정원은 “수소폭탄은 아닌 것으로 나왔다”고 보고했다. 수소폭탄 폭발력은 보통 Mt(메가톤·1Mt은 TNT 100만t 위력) 정도로 강하고, 규모 6.0 이상의 인공지진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