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건강, 기후 위기로 '코드 레드'···전염병·식량난까지

2021.10.21 16:26 입력 2021.10.21 16:32 수정

이탈리아 다수 지역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지난 8월11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로마 시내의 한 분수에서 물을 퍼 얼굴을 식히고 있다. 로마 |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다수 지역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지난 8월11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로마 시내의 한 분수에서 물을 퍼 얼굴을 식히고 있다. 로마 | AP연합뉴스

기후 위기가 사람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로 열사병,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늘어났고 식량 공급도 불안정해지는 등 세계 건강 지표가 갈수록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 산하 연구진과 전 세계 43개 학술기관은 20일(현지시간) 의학전문지 란셋에 발간한 ‘건강한 미래를 위한 코드 레드’라는 연례 보고서에서 44개의 세계 건강 지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그 결과 “전 세계 모든 지역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기후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로 노인을 비롯한 취약 계층이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커졌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 세계 65세 이상 노인층의 폭염 노출 빈도가 1986~2005년 때의 평균보다 30억번 더 늘었다. 1세 미만 영아의 폭염 노출 빈도는 6억2600만번 늘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북서부 지역, 유럽, 중동은 올해 여름 기온이 40도 넘게 올라 큰 피해를 봤다. 폭염으로 북미에서만 1000명 넘게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기후 위기로 뎅기열, 말라리아, 콜레라 같은 전염병도 점점 늘어났다. 전 세계 뎅기열 감염 위험은 1990년 이후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아프리카에서는 건기에도 비가 내리면서 뎅기열이나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모기가 더 많이 창궐했다. 주로 오염된 해산물이나 식수 섭취를 통해 감염되는 콜레라도 늘었다. 2011~2020년 콜레라균 전파에 적합한 해안선의 면적은 1982~1989년보다 56% 늘어났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해수면의 염분이 늘어나면서 콜레라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전 세계 72%의 국가에서 산불이 증가했다. 호주에서는 2019~2020년 산불로 인한 연기가 퍼져 전체 인구의 80%에 악영향을 미쳤다. 산불에서 나온 매연으로 호주에서만 수백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가 2017~2020년 산불에 노출된 빈도는 2001~2004년 때보다 평균 21만5531번 더 많았다. 이 기간 콩고민주공화국, 인도, 중국 세 국가가 산불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

2019년 한 해 동안 대기오염으로 전 세계 330만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망자 수인 188만명보다 1.75배 더 많다.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 중 3분의 1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연소로 인해 사망했다. 대기오염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장병, 폐암, 뇌졸중, 사산 위험을 증가시킨다.

지난해 세계 인구 5160만명이 홍수, 가뭄, 폭풍 등 84건의 재난에 노출됐다. 특히 세계 육지 면적의 최대 19%가 극심한 가뭄의 영향을 받았다. 브라질에서는 올해 가뭄과 서리 피해가 겹쳐 커피를 비롯한 농작물 가격이 10% 넘게 급등했다.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의 주도 포르탈레자의 한 동네에서 청소 트럭에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구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퍼져 충격을 안겨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식량 불안정이 1.4%씩 증가한다. 이미 세계 인구 20억명이 2019년에 식량 불안정 상태를 겪었다. 지난해 기후 위기로 옥수수의 잠재적 수확량은 1981~2010년의 평균보다 6% 줄었고, 대두와 쌀 수확량은 1.8%씩 줄었다. 세계 136개국 중 70%(95개국)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양 작물 수확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의 치명적인 피해를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10년 이내에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여야 하지만 현재의 감축 속도로는 탈탄소 체제로 전환하는 데 150년 넘게 걸리고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셸 베리 스탠포드대 교수는 “우리가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냉정한 깨달음”이라며 “코드 레드라는 경고로도 부족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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