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교사가 1897년 만든 ‘한글점자 교재’ 문화재 된다

2021.11.04 22:05 입력 2021.11.04 22:06 수정

문화재청 “특수교육 싹틔운 유물”

‘김지섭 의사 편지’ 등 4건은 등록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 본문과 로제타 셔우드 홀. 문화재청 제공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 본문과 로제타 셔우드 홀.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4일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왼쪽 사진)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 태동의 상징적 유물로서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교재는 미국인 선교사인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오른쪽)이 1897년 창안한 한글점자 책(4점)이다. 당시 시각장애인 오봉래를 비롯한 평양여맹학교 학생들이 교재로 썼다. 홀은 이 학교 교장이었다. 홀의 제자 오봉래(?~1919)는 ‘조선의 헬렌 켈러’로 불렸다. 오봉래는 일본 도쿄맹학교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평양맹아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홀은 배재학당 한글 학습서인 <초학언문> 내용의 일부를 실어 이 교재로 만들었다. 기름 먹인 두꺼운 한지에 바늘로 구멍을 냈다. 앞서 홀은 ‘뉴욕 포인트 점자(4점)’를 변형해 성경을 점자로 번역했다. 이 교재는 박두성의 ‘한글점자 훈맹정음’(1926, 6점식) 창안 전까지 시각장애인 교재로 활용됐다.

국립국어원 자료를 보면, 홀의 ‘평양 점자’는 자음의 초성과 종성이 구별되지 않는 등 4점 점자의 한계 때문에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은 6점식의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한국 최초의 점자 교재로 인정한다. 11월4일은 점자의날인데, 박두성의 6점식 점자 교재 창안을 기념하는 날이다. ‘훈맹정음’은 2020년 12월 시각장애인 문화유산으로 최초로 국가등록문화재로 공식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앞서 등록을 예고한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 ‘김지섭 의사 편지’ ‘한성미술품제작소 은제 공예품(이화문 합)’ ‘제주 구 육군 제1훈련소 정문’ 4건을 문화재로 등록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11월1~7일을 ‘점자 주간’으로 정하고 ‘마음으로 읽는 문자, 일상 속 점자를 찍다’를 주제로 사진전 등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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