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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엔텍’ 박순호 대표 “세계 10억명이 깨끗한 물 마시는 게 꿈”

2021.11.18 21:39 입력 2021.11.18 23:15 수정

12개국에 70곳 넘는 수도 설치

유엔기후변화협약서 시설 승인

더러운 물 끓여 먹을 필요 없애

‘온실가스 감축’ 인정받고 수익

박순호 글로리엔텍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박순호 글로리엔텍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다큐멘터리 보면 아시아·아프리카 사람들이 깨끗하지 않은 물을 그냥 마시잖아요. 전 연출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보니 실제로 그런 거예요. 물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사람들의 식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개발도상국에 수도를 공급하는 수처리 스타트업 글로리엔텍의 박순호 대표(46)가 지난 16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밝힌 회사 설립 계기다. 박 대표는 코웨이의 수처리 자회사 코웨이엔텍 연구팀에서 일하며 2009년부터 여러 아시아 국가를 다니다 창업 꿈을 키웠다.

회사를 세우자니 수익 구조가 문제였다. 박 대표는 “물을 끌어와 정수하고 시설을 유지하는 데 돈이 크게 들어가는데, 물 사용료를 받을 순 없었다”면서 “수익 구조 해결이 10년간의 숙제였다”고 말했다.

돌파구는 ‘탄소배출권’을 이용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서 나왔다. CDM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승인받은 시설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깨끗한 물을 공급해 더러운 물을 끓여 먹을 필요가 없어진 데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 사업을 하려면 다양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식수 설비를 운영한 경력이 필요했다. 글로리엔텍은 캄보디아에서 시작해 미얀마, 베트남, 몽골, 방글라데시 등 12개국, 70여곳에 수도를 설치해왔다. 학교·마을 단위의 대형 시설부터 중형, 소규모 시설도 있다. 코이카와 같은 정부 기관, 민간기업, 학교 등에서 지원을 받았다.

박 대표는 “아시아 지역의 물은 한국과 달리 지하수도 오염이 많이 돼 있다”면서 “방글라데시는 물이 짜며 비소가 많고 철, 망간 등이 함유돼 먹는 물로 바꾸는 데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8년 첫 CDM 사업 대상 국가로 방글라데시를 낙점했다. 첫 시도인 만큼 사업성이 큰 곳을 후보로 삼았다. 박 대표는 “방글라데시는 인구 밀도가 세계 1위이고, 상수도 시설이 부족해 식수 수요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일이 쉽게 풀리지만은 않았다. 방글라데시 정부와 UNFCCC에서 승인을 받는 데 2년이 걸렸다. 회사 재정은 점점 어려워졌다. 2019년 10월엔 박 대표가 뇌출혈로 쓰러지며 사경을 헤맨 적도 있었다. 박 대표는 “그때 8명의 본사 직원이 6개월 이상 월급을 반납하면서도 한 명의 이탈도 없이 자리를 지켰다”면서 “대기업도 충분히 갈 만한 우수한 인재들인데 회사를 떠나지 않고 버텨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서울창업허브 사무실과 해외 시장 진출 지원금, 방글라데시 지사 설립 자금 등을 지원한 서울시에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해부터 UNFCCC의 승인과 한국전력 사업 수주, 에쓰오일 지분 투자 등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 올해 2월엔 방글라데시에서 2개의 큰 식수시설 운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올해 3월까지 운영한 결과로 얻은 탄소배출권이 얼마나 되는지 UNFCCC의 정산을 기다리는 중이다. 5년간 기다려온 식수 공급 사업의 첫 수입이다.

사업 첫 1년간 예상 수입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으로 시설당 식수 5000t, 탄소배출권 시세로는 1억5000만원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주민들 이동 제한이 풀리면 한 시설당 1만3000t에 4억원 이상의 수입이 예상된다. 연말에는 코로나19로 막혀 있던 해외 출장도 가고, 방글라데시에 식수시설을 하나 더 운영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5000명에게만 깨끗한 물을 먹여도 좋겠다고 시작한 일인데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어느새 10만명을 넘었다”며 “탄소배출권으로 세계 굴지의 기업들에서 투자를 받아 식수로 고통받는 전 세계 10억명에게 깨끗한 물을 먹이는 것이 우리 회사의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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