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향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소감 - 비로소 마주한 ‘말문이 트이는 순간’

2022.01.02 21:35 입력 2022.01.02 23:10 수정

[2022 경향 신춘문예]문학평론 당선소감 - 비로소 마주한 ‘말문이 트이는 순간’

자리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한 존재가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 증명의 방식이기도 하다. 내 집의 책들만 봐도 그렇다. 자리는 주체들을 끊임없이 투쟁하게 한다. 내가 만들고 동시에 누군가 내어주어야 하는 자리, 그 합치의 순간이 문학하는 나에게 찾아왔다.

투고 후 어느 날, 나는 묘한 경험을 했다. 몇 개의 단어가 갑작스레 재정의되는 순간이었는데, 새로운 뜻의 발견이 아닌 그것은 온전히 내가 소화시킨 말들이 트림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숱한 자폐의 언어들 중 몇 개의 말들만이 이제야 겨우 세계로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이 내게 온 ‘말문이 트이는 순간’이라 믿는다.

지난한 삶에 문학은 내게 가장 다정하고도 혹독한 선생이었다. 문학은 내가 독자성을 획득하는 유일한 마법의 외투였지만, 그런 자존은 미래의 전망 같은 것들 앞에서 자주 곤두박질치곤 했다. 그 길 위에서 정은경 교수님을 만나 평론을 쓰며 나는 말을 처음 배우는 것처럼 써나가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그 길은 또 막연해서 나는 나와 자주 반목했다. 그런 순간에도 선생님은 나와 내 글을 끊임없이 믿어주었다. 그 사랑은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일지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오래된 제자를 어린애 대하듯 항상 먼저 안부 물어주시는 이승하 교수님, 철부지에게 공부할 자리를 내어주신 방현석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어느 시간에나 문학하는 동료는 곁에 있어 영숙, 준희, 하늬는 내 불안을 다독여 주었다. 당선 소식에 내 일처럼 기뻐해준 선후배들의 술잔을 가득 채워드려야 할 것 같다. 내 글을 믿고 자리를 내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고개 숙여 마음을 표한다. 고집스러운 딸이 늘 답답하고 안타까웠을 엄마와 언제나 내 편인 두현, 혜진, 해상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 사랑과 애도에 끝은 없을 것이다.

황유지

△경남 김해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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