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푸틴이 요구하는 영토 문제 관련 "대화 준비돼 있다”

2022.03.09 15:44 입력 2022.03.09 20:11 수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 영국 하원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BBC영상 화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 영국 하원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BBC영상 화면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장악하기 위한 러시아군의 총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영토문제를 두고 협상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보였다. 영국 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는 2차대전 영국을 이끈 윈스턴 처칠 총리의 연설을 인용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내건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화할 준비는 돼 있지만 항복할 준비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내건 요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입 중단, 크름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한스크·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독립국 인정이란 세 가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선 나토 가입 문제에서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나토 가입의 경우 나토가 러시아와의 갈등과 모순을 두려워하며 우크라이나를 가입시킬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흥미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릎을 꿇는 나라가 되기를 원치 않고 그런 나라로 만들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점령한 영토(크름반도)와 러시아 외에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미승인 공화국들(도네츠크·루한스크)에 관해 논의하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머지 영토 문제에서도 협상에 나설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이 영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항전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그는 8일 영국 하원에서 10분간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를 “테러국가”로 부르며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고, 육지에서도 싸울 것이고, 벌판에서도 싸울 것이고, 언덕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윈스턴 처칠의 1940년 6월 18일 하원 연설을 인용한 것이다. 독일의 공세에 프랑스가 무너지고 유럽에서는 영국만이 독일을 상대로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처칠은 이 연설로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미국의 참전까지 이끌어내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구절을 인용해 “전쟁이 벌어진지 13일이 지났고 이 질문은 우리에게 유효하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 살아서 자유로워야 한다”며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해 달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BBC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을 들은 하원의원 모두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전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가 스스로의 강인함을 보여줬다. 이제 우리가 그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우리의 결의와 지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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