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EU 기금 받겠다고 우크라이나 난민 수 조작”

2022.03.31 12:21 입력 2022.03.31 15:14 수정

헝가리 인권단체, 난민 수 조작 의혹 제기

일각서 정치적 목적으로 난민 이용 분석도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헝가리 국경 도시 자호니의 기차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자호니 |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헝가리 국경 도시 자호니의 기차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자호니 | AFP연합뉴스

헝가리가 유럽연합(EU)의 코로나19 경제회복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이 보호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극우 성향의 헝가리 정부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태를 보여 EU의 기금 지원을 받지 못한 바 있다.

영국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헝가리의 인권단체 헬싱키위원회가 빅토르 오르반 정부의 우크라이나 난민 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위원회 측은 성명에서 “헝가리 정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난민 수치를 인용해 EU 기금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라며 “이는 망명 제도에 있어서의 개별 규정이나 EU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정부가 인용한 우크라이나 난민 수와 실제 보호한 이들의 수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은 헝가리가 인구의 5~6%에 달하는 56만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였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임시보호 지위를 신청한 이들은 7749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른 국가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마르타 파르다비 의장은 “(정부는) 옷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의 수를 센 뒤 그것을 (옷을 사간) 고객의 수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헝가리 정부가 난민 수를 부풀려 EU의 경제회복 기금을 확보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헝가리는 사법부 장악을 추진하고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EU와 마찰을 빚었고, 72억유로(약 10조원)의 경제회복 기금 지급이 보류된 상태였다. 오르반 총리는 그 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자 이들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8일에는 EU에 서한을 보내 난민 수용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헝가리가 난민들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U가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 일시 보호명령 제도를 가동하기로 했지만 헝가리 내 다수 난민들이 이 사실을 몰라 신청하지 않고 있고, 신청해도 헝가리의 엄격한 제도 탓에 최장 45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자선단체와 비정부기구들이 이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헝가리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난민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친러시아 성향을 보인 오르반 총리가 오는 4월3일 총선에서 역풍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때 ‘난민은 침략자’라며 EU의 난민 분산 정책을 반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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