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정진석 충돌, 자제 요구에도 이준석 강공으로 확전···의원들은 ‘관람자 모드’

2022.06.09 16:50 입력 2022.06.09 19:26 수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의원 간 공방전이 나흘째인 9일에도 이어졌다. 정 의원은 추가 대응을 멈췄고, 당 지도부는 양측에 자제하라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돌아온 이 대표가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리면서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전 양상에 ‘관람자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표를 지지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하는 구도로 보일 수 있고, 정 의원을 지지하면 기성 정치인으로 청년 정치인을 공격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악화일로였던 이 대표와 정 의원 간 설전 중재를 시도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기자들에게 “혁신을 둘러싼 당 구성원의 의견 제시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논의 자체가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제 더이상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최고위 후 기자들에게 “(비공개 최고위에서 지도부들이)정진석 의원도, 이준석 대표도 다 자제하자고 (두 사람에게) 얘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이 대표를 선공한 정 의원도 이날 대응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뭄, 화물연대 총파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 등을 나열하면서 “정부·여당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휴전 제안으로 읽히는 글이다.

정 의원의 자제와 지도부의 중재 시도에도 이 대표는 이날 더 강한 발언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이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애초에 정진석 (전) 국회 부의장이 적시한 내용은 그 자체가 허위”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행에는 외교부 실무자가 동행했으므로 정부 및 대통령실과 협의를 했고, 혁신위 의견 수렴을 위한 연찬회도 권성동 원내대표가 개최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이 대표가 제안한 혁신위와 최재형 혁신위원장을 비판한 데 대해 “여당 (출신) 부의장이 해선 안 될 추태에 가깝다”면서 “어떻게 당내 최고위원, 당대표를 저격하며 당내 입지를 세우려는 게 당 어른일 수 있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언론을 향해 “당권싸움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 의원은 당권 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대표와 당내 최다선(5선) 의원 간 공방전에 소속 의원들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중재에 나선 권 원내대표와 지난 7일 “혁신위 출범은 잘한 것”이라고 밝힌 조해진 의원을 제외하고 의원들은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 대표를 지지하자니 정 의원은 물론 정 의원이 가깝게 지낸 윤 대통령과 대립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정 의원을 지지하자니 청년 정치인 대 기성 정치인의 대결 구도에서 기성 정치인에 합류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 대표의 신랄한 공격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은 다들 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마치고 소모적인 당내 싸움에 끼고 싶지 않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들도 이 대표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이끈 당대표인데 공격하기는 어렵다”면서 “이 대표의 방향에 불만이 있는 의원들도 있지만,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신구, 청년과 기성세대로 구도가 짜여졌는데 정 의원을 지원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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