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탈규제’…존재감 커지는 재계

2022.06.19 15:56 입력 2022.06.19 22:58 수정

법인세·중대재해법 등 경제정책
전경련·대한상의 적극 목소리 내
새 정부, 의견 대폭 반영하며 밀착

“무분별 투자로 경제 발목” 우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재계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상이 추락했던 전경련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기업인 사면, 법인세 인하 등 주요 사안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도 의견을 전폭적으로 반영하며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대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자칫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재계가 오랫동안 건의해온 정책들이 대부분 반영됐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단순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경련은 지난달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기업 경쟁력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단순화를 건의했다. 대한상의도 이달 13일 법인세를 21.5%로 낮춰달라는 내용의 조세제도 개선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이번에 폐지가 결정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 그동안 재계가 꾸준히 반대해온 정책이었다. 투자·임금 증가·상생협력 분야에 쓰인 금액이 기업소득의 일정 비율에 못 미치는 경우, 법인세를 20% 추가 과세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두고 경제단체는 기업들의 투자·배당 증가 등의 정책효과가 미미하고 추가적인 세 부담만 늘렸다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경제단체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벌규정을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경제정책방향에 담겼다. 이들은 법 위반을 과도하게 범죄화하면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이유를 내세워 형벌규정 손질을 요구했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우선 시행령을 개정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하는 등 기업인 처벌에 대한 미온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경제단체는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자신들의 요구가 전폭적으로 수용되자 “현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적절한 방향”이라며 한목소리로 호평했다.

전경련 등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위축됐던 단체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전경련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가 주요 논의과제로 다뤄지자 발빠르게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지난 9일 주최한 역대 기획재정부 장관 초청행사에는 보수정권 시절 인사들만 초대해 규제개혁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옹호하는 의견만 주로 모았다.

경제단체는 주 52시간제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 규제 완화를 넘어 기업인 사면도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응답자의 과반이 기업인 사면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를 제시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복권 여론을 조성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지난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만나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정부와 경제단체의 이 같은 밀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투자 유도를 명분으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업들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금산분리 원칙 붕괴 등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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