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의 북핵 ‘담대한 구상’, 안전보장 방안이 없다

2022.08.15 20:36 입력 2022.08.15 20:37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기술 지원, 의료 인프라 현대화 지원 등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식에서 밝힌 ‘담대한 계획’을 조금 더 구체화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담대한 구상은 이전 정부들이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면서 제시한 것을 모아놓은 수준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개발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북 적대시 정책’ 우려를 불식시킬 체제안전 보장 방안이 빠져 있다. 새로운 내용도 없고, 현실성이 떨어져 과연 제안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통일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핵 개발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방안을 담대한 구상에 담겠다고 했다. 경제협력 외에 안보 우려까지 포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경축사에서는 빠졌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낼 만한 새 구상이 없는데, 무엇이 담대한 구상이라는 건지 의아하다. 화려한 언사만 나열하다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의 재판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 편승해 무력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전멸’이라는 말까지 꺼내드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실패로 귀결된 과거 정부의 정책을 꺼내다니 실망스럽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광복절 기념사 후 브리핑에서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뒀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필요에 따라서는 유엔제재 결의안에 대한 부분적인 면제도 국제사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효성 있는 추가 제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에 대해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며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관계 개선의 동력을 삼으려는 뜻이겠지만, 그러려면 일본도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일본 각료들은 이날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바쳤다.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하는 태도는커녕 거꾸로 갔다. 윤 대통령은 “항일 독립운동은 3·1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등에서 보듯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1948년 건국절 지정을 추진하는 우파 진영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한 것으로, 통합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통합을 향한 대통령의 노력이 지속돼 결실을 맺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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