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과 시장의 동상이몽

2023.01.28 03:00 입력 2023.01.28 03:01 수정

2022년을 우리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만들어낸 이른바 “3고의 시대”라고 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높아진 달러에 대한 선호도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의 상승은 국내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게 되는데, 이로 인해 국내 고물가 기조가 가중되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2021년 8월 0.5%수준이었던 국내 기준금리 역시 3.5%까지 인상되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그렇다면 3고의 실마리는 어디에서 풀릴까. 결국 3고라는 악재는 그 시발점인 40년 만에 찾아온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해소해야 풀릴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6월 9.1%로 고점을 기록한 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최근 6.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거의 승리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멈추고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달러당 1230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는데, 이는 국내 수입 물가의 하락을 촉발하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를 한결 덜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는 시장 참여자들과는 달리 미 연준은 사뭇 불편한 표정이다. 지금의 물가 안정세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종전처럼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상반기 중에 2~3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5% 수준의 기준금리를 형성한 후 높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말라고 하고 있다. 똑같은 인플레이션의 둔화를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들과 연준의 시각이 왜 이렇게 다를까?

우선 연준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보다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6월 9.1%에서 불과 6개월여 만에 6.5%로 물가가 하락했는데, 이런 흐름을 이어간다면 6개월 단위로 거의 2.5% 수준의 인플레이션 둔화가 나타난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은 약 2% 수준인데, 이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 정도면 2%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망대로라면 연준도 굳이 성장을 둔화시키는 현재와 같은 고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연준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9%에서 6.5%로 물가가 둔화되는 시간과 이후 4~5%에서 목표치인 2%로 물가가 둔화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큰 폭 하락과 공급망의 개선은 현재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것은 미국의 탄탄한 고용 시장에 기반을 둔 높은 임금 상승률이다. 임금은 한 번 오르게 되면 쉽게 하락하지 않는 강한 하방경직성을 갖는다. 국제유가 상승, 혹은 임대료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보다 둔화시키기가 어렵다는 뜻인데, 이를 끈적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장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2%로 되돌려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 수도 있다고 연준은 생각하는 것 같다.

연준이 제압하려는 인플레이션에는 당장 우리가 만나고 있는 인플레이션도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존재한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제압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진다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곧 당장은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더라도 언제든 고물가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졌을 때 나타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를 넘어선 것은 2021년 3월이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물가 목표를 넘어 있는데, 인플레이션 제압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수록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준은 바로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인플레이션을 바라보지만 시장은 어느 정도 완화된 만큼 이제 둔화되는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기를 바라지만, 연준은 기대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경계감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과 시장의 동상이몽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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