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친환경 산업’ 보조금 전쟁, 국내 투자위축 우려 확산

2023.03.12 14:36 입력 2023.03.12 15:42 수정

조 바이든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친환경 산업’ 육성을 두고 보조금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화솔류션 같은 한국 기업도 해당 국가에서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반사효과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주요국들이 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국내 투자는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EU가 지난 9일(현지시간)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규정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투자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 타워 제조업체인 씨에스윈드 유럽법인은 1000억원 수준의 생산능력을 5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개발 전문회사와 500MW 규모의 태양광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한화솔루션도 이번에 보조금 문턱이 낮아지면서 향후 현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정부가 지난달 국책은행의 재생에너지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와 특별 전기요금 도입 등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원가 절감에서 에너지 안보로···보조금 확대 경쟁

주요국이 보조금 전쟁에 뛰어든 이유는 에너지를 안보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재생에너지 시장이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추면서 값싼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지배했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와 원재료비를 바탕으로 중국산 비중은 폴리실리콘 82.0%, 웨이퍼 97.6%, 셀 85.7%, 모듈 80.5% 등 압도적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가 중시되면서 주요국들은 자국 내 생산을 늘리고 있다. 먼저 방아쇠를 당긴 쪽은 미국이다. 미국이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향후 10년간 3690억달러(약 488조)를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IRA를 통해 2024년 끝날 예정이었던 재생에너지 설비나 기술에 투자한 금액에 부과되는 세금을 일정 비율 공제하는 혜택을 연장했다. 2006년 사라졌던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판매할 때 발생하는 세금 일부를 공제해주는 혜택도 되살렸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폴리실리콘, 셀, 모듈 등 부품 생산하는 기업에까지 세제 혜택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모듈 생산설비를 보유한 한화솔루션과 OCI도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일본과 중국도 경쟁적으로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그린성장전략’을 통해 해상풍력, 수소발전, 전기차, 반도체 등 14개 분야에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조엔(약 20조원) 규모의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조성했다. 중국도 지난해 예산안에서 최초로 탄소중립 예산을 편성해 에너지 구조 전환과 탄소흡수 등과 관련된 기술에 약 3500억 위안(약 67조원)을 투입했다.

국내 친환경 산업 지지부진···해외로 눈 돌리는 기업들

반면, 국내에서는 친환경 산업에 대한 뚜렷한 투자 활성화 대책이 안 보인다. 거꾸로 2021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는 전년 대비 19.07% 줄어드는 등 투자가 줄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발전사업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기준(RPS)’을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 환경은 더 나빠졌다.

친환경 산업에 대한 주요국의 보조금 정책 강화로 국내에서는 투자 위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국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축소하면서 국내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에서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과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주요 기업들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늦어지게 되면 주요 기업들의 해외 이전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구축을 포함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