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도 많은데···흉부외과 전공의 ‘주 102시간’ 살인적 근무

2023.03.14 11:48 입력 2023.03.14 14:40 수정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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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주 69시간 근로제’를 두고 반발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공의(레지던트)들은 주평균 78시간 일한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공의 절반 이상은 현행법에서 상한으로 둔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

14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전공의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1903명의 최근 4주간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이었다. 과목별로 살펴보면 흉부외과가 102.1시간으로 가장 많았다. 1주일 102시간 근무는 주 5일이면 하루 20.4시간, 주 6일이어도 하루 17시간을 근무해야 나오는 수치다. 그다음으로는 외과 90.6시간, 신경외과 90.0시간, 안과 89.1시간 순이었다.

주 69시간도 많은데···흉부외과 전공의 ‘주 102시간’ 살인적 근무

현행법상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선 안 되지만, 전공의 52%(990명)는 최근 1년간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근무시간이 가장 많은 흉부외과는 응답자 19명 전원이 모두 초과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검토보완을 주문한 노동시간 개편안의 ‘주 최대 69시간’보다도 훨씬 길다. 조사에 참여한 전체 26개과 중 15개과의 주평균 근무 시간이 69시간을 넘었다.

근무 시간이 턱없이 길어도 휴식 시간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전공의 65.8%(1258명)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3일 이상 연속근무를 하는 전공의도 16.2%(309명)에 달했다. 현행법은 전공의의 수련시간이 연속 36시간(응급상황시 최대 40시간)을 초과해선 안 되고, 또 16시간 이상의 연속 수련 후에는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16시간 이상의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받았는지’ 묻자 전공의 33.9%(645명)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은 입원 환자나 응급 환자들을 보다 보니까 밥 먹는 시간도 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휴게시간 지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런 시간도 근로 시간으로 인정을 하는 게 노동법상 해석일 텐데 인정하지 않는다”며 “주 80시간으로 입력을 했다면 실제로는 100시간 정도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에는 전공의 연속수련 시간을 현행 최대 36시간(응급상황시 40시간)에서 24시간(응급상황시 30시간)으로 줄이고, 응급실로 제한돼있는 수련시간 상한 시설을 중환자실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 의원은 “인력난으로 외과계열을 중심으로 여전히 전공의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강도 높은 업무로 수련과정 중 중도 포기자가 많아지며 이로 인해 인력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환자의 안전과 의료기관의 올바른 근무환경 구축을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다 보니 전문의들은 병원 밖을 나가서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미용 업무 등에 임하고 일부 전공의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악순환 속에 놓여있다”며 “그동안은 전공의 착취를 통해서 대학병원이 굴러갔다면 이제는 제대로 재원과 인력 기준을 마련해 전문의 위주의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지속가능한 의료체계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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