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성공담

서울 살 때 밴드 ‘동물원’의 노래 ‘혜화동’을 들으며 혜화동을 걸었던 기억. 노랫말을 아주 잘 썼던 김창기 아저씨, 그리고 일찍 세상을 뜬 김광석 형도 동물원의 멤버였지. 어느 골목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저씨와 탈출한 동물원의 말썽쟁이 얼룩말이 마주친 운명처럼, 나도 그렇게 친구들과 불쑥 혜화동에서 만나곤 했었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입을 오물거리며 따라 불렀어. 훗날 나는 혜화동에 있던 잡지사 ‘샘터’에 글을 연재했고, 그 출판사에서 책도 냈었다. 챙겨주셨던 정채봉 샘의 목소리가 여태 쟁쟁해. 서울을 떠나 살던 나를 부르던 시인의 목소리. “언제 올라오시나요? 심심할 때가 되었는데….” 저마다 성공하고자 빌딩 숲을 헤맬 때 누군 세상 물정 모르고 시골길을 감감히 산책한다.

“성공이란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여유. 남이 살아내는 인생을 향해 격려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와 계획을 중단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완수하는 것. 상처받을 말은 입 밖에 꺼내지 않는 것. 차갑고 쌀쌀한 이웃에 예의로 대하는 것. 남을 헐뜯는 말이 떠돌 때 귀를 닫는 것.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하고 함께 우는 것. 의무가 부를 때 책임을 다하고, 재난이 닥치면 용기로 맞서는 것. 조급해하지 않고 한 템포 인내하는 것. 굴하거나 꺾이지 않는 눈빛을 반짝이는 것.” 이름 모를 지혜자의 글을 공책에 담아두고 가끔씩 되씹곤 한다.

성공한 정치인, 성공한 장사꾼. 보통들 바라는 성공은 누군가를 짓밟은 무덤 위에 세운 깃발. 교회에 과잉인 친척 한 분은 입만 열었다면 날더러 ‘승리’하래. 아, 누구랑 싸워 승리하란 말인가. 알박기 대신 알 낳기만 해온 당신과 나. 노랫말처럼 잊고 지내던, 바로 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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