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액자 사진 더 커진 이유는?

2023.09.05 13:41 입력 2023.09.05 14:58 수정

‘윤핵관’ 이철규 지시로 확대 교체

전직 대통령 인물구성엔 변화 없어

전두환·노태우·이명박 등은 미게재

보수 역사 정치적 판단이 영향 준 듯

국민의힘은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국회 본청 회의실 벽면에 걸린 전직 대통령의 액자 사진 크기를 키웠다. 보수정당 역사상 의미있는 대통령을 기리는 차원이라지만 사진 속 인물 선정은 꾸준히 논란거리였다. 최근 정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으로 ‘역사 전쟁’에 기름을 부은 상황에서 당내에도 보수 역사에 대한 해석 불씨가 남은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회의장에 이승만(왼쪽부터),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 액자가 걸려있다. 이두리 기자.

지난달 1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회의장에 이승만(왼쪽부터),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 액자가 걸려있다. 이두리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장 내 전직 대통령 사진이 확대돼 공개된 것은 지난달 중순이었다. 이전까지 회의실 한 구석에 작은 크기로 나란히 걸려있던 사진이 이제는 대형 포스터 크기로 벽에 장식돼 있었다. 크기만 변한 것이 아니라 사진의 색감 또한 선명해졌다.

사진 교체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사무총장 지시였다고 한다. 당 지도부 인사는 5일 “(이 총장이) 전직 대통령들 사진인데 크기가 너무 작고 구석에 걸려있다며 마침 회의장 벽에 기둥처럼 튀어나온 곳이 셋 있으니 거기에 크게 걸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수 역사에서 공이 있는 대통령들을 더 잘 기리자는 차원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회의장 구석에 작은 크기로 이승만,(왼쪽부터),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7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회의장 구석에 작은 크기로 이승만,(왼쪽부터),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진 속 인물 구성에는 변함이 없었다. 직전까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국회 본청 당 최고위원회의실 등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세 명의 전직 대통령 사진을 게시해 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2017년 11월 “이 나라를 건국하고, 5000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민주화까지 이룬 세 분 대통령의 업적을 이어받은 당이 한국당”이라며 세 대통령의 사진만 걸기로 결정한 결과다. 홍 시장이 대표일 땐 최고위원회의를 여의도 당사에서 열어 그곳에 전직 대통령들 사진을 뒀다.

전두환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은 걸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살아있는 대통령 사진은 걸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2017년 11월17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회의실 벽에 김영삼(왼쪽부터),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액자를 걸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7년 11월17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회의실 벽에 김영삼(왼쪽부터),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액자를 걸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직 대통령의 별세 여부를 떠나 정치적 판단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전두환씨·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부독재, 권위주의 이미지 탈피를 위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및 탄핵에 따라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전두환씨는 같은 해 11월 각각 세상을 떠났지만 당의 공적 공간에 사진을 추가할 것인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땐 당이 이들 사진을 집권여당 공적 공간에 단독으로 걸어뒀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엔 조용히 사진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랜 기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두 사람 사진만을 당사와 대표실에 게시했으나 지난해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을 당대표실에 추가로 걸었다.

이후 벌어진 논쟁은 당 회의장 사진 게시의 정치적 성격을 드러낸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하태경 의원은 바른정당 최고위원이던 2017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빼고 어떻게 김영삼·박정희 전 대통령을 논하나. 잘났든 못났든 다 보수의 대통령이요, 다 끌어안아야 될 역사적 유산”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 사저를 방문한 뒤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다시 당사 등에 걸자는 주장이 과거 친박근혜계 의원 사이에서 나왔다. 구속 수감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됐으니 이제 다시 사진을 걸어도 되지 않느냐는 취지다. 지난해 7월엔 권성동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중앙당사와 국회 본청 당대표실 등에 거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회의장에 이승만(왼쪽부터),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이전보다 크기가 커졌고 위치도 달라졌다. 조문희 기자

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회의장에 이승만(왼쪽부터),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이전보다 크기가 커졌고 위치도 달라졌다. 조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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