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노벨 문학상에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

2023.10.05 20:01 입력 2023.10.05 22:44 수정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AFP연합뉴스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AFP연합뉴스

스웨덴 한림원은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를 선정했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림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쓴 점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한림원은 “그의 방대한 작품은 희곡, 소설, 시집, 에세이, 그림책, 번역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오늘날 그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활동하는 극작가 중 한 명이고, 산문으로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고도 했다.

포세는 발표 직후 스웨덴 출판사 삼라게트를 통해 “벅차고, 다소 무섭기도 하다. (이 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문학이기를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는 상이라고 여긴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림원 측은 수상 소식을 알리려 전화를 걸었을 때 포세가 시골 지역에서 운전 중이었다고 전했다.

포세는 1959년 9월2일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났다. 1983년 첫 장편 <레드, 블랙>을 출간했다. 1988년 매년 노르웨이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작품에 수여하는 뉘노르스크 문학상을 받았다.

1989년 <보트하우스>, 1991년 <병 수집가>, 1992년 <납 그리고 물>, 2000년 <아침 그리고 저녁> 등 장편 소설을 냈다. 노벨 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된 계기가 된 작품은 <3부작>이다. 2014년 “유럽 난민 실상을 통해 인간의 가식과 이중적 면모를 비판”한 작품이다.

포세는 유명 극작가다. 희곡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2002년 발표한 희곡 <소파 위의 소녀>는 스칸디나비아 국립극장 상을 수상했다. 2003년 희곡 <라일락>은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을 받았다.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다.

한림원 측은 포세 희곡이 극도로 절제한 언어와 행동을 통해 인간 불안과 심리적 모호함을 드러낸다고 했다. 침묵과 공백 공간을 파고드는 실험적 형식 덕분에 ‘21세기 베케트’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한국에선 희곡을 분석한 논문이 여러 편 나왔다. 송선호(중부대 교수)는 논문 ‘욘 포세 희곡의 등장인물 유형에 관한 연구’에서 포세 희곡이 “가족, 연인, 친구 등 가장 밀접한 인간관계 속의 인물들이 제한된 공간에 등장하는 ‘닫힌 텍스트’, 또는 ‘사적(私的)인 텍스트’”라며 “ ‘생의 어려움과 불가해함’을 ‘사적 텍스트’로 표현한다”고 분석했다.

노벨 문학상 위원회 위원장 앤더스 올슨은 “(포세의 작품은) 노르웨이 언어(뉘노르스크어)와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모더니즘 영향을 받은 예술적 기법을 결합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번역된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은 “고독하고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고 또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짧은 소설이다. “인간 존재의 반복되는 서사, 생의 시작과 끝을 독특한 문체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올슨은 포세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아름다운 소품”인 이 작품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국내 번역본 기준 152쪽이다.

‘음악적 산문’ ‘시적 산문’이란 평가도 받는다. 이 소설을 두고 베를리너 차이퉁은 “포세의 언어는 음악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철저히 계산되어 구성된 것”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작품에는 강렬한 시적 단순함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는 <아침 그리고 저녁> 외에 <보트하우스>(새움), <3부작>(새움) 등이 출간돼 있다. 이달 말엔 1995~1996년 발표한 대표작 <멜랑콜리아 I-II>(민음사) 합본판이 나온다. 실존 노르웨이 출신 화가인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비극적 일생을 다룬 이 작품은 “간결하고 음악적인 언어,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불투명한 서사, 심연에 파묻힌 인생의 환영을 통해 인간의 본원적 불안과 생명의 빛을 향한 갸륵한 희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