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광주비엔날레…상상된 경계들

2018.03.21 13:13 입력 2018.03.22 07:41 수정

광주비엔날레는 9월 개막하는 올해 비엔날레에 40개국 15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고 21일 발표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주제 아래 작가들을 선정했다. ‘상상된 경계들’은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에서 차용했다.

광주비엔날레가 밝힌 주요 작가들은 다음과 같다. 로스 카핀테로스, 프란시스 알리스, 알라 유니스, 카데르 아티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호 추 니엔, 실파 굽타, 딘 Q. 르, 슈 리 칭, 나라 요시토모다. 남미와 중동 출신 작가가 많다. 광주비엔날레는 “유럽 중심의 담론에서 탈피해 변방과 경계 지대의 이슈를 생산하면서 현대미술의 중심축을 이동시키려는 광주비엔날레가 지닌 열망의 반영이자 창설이념의 재점검”이라고 했다.

한국 참여 작가는 김아영, 김희천, 윤향로, 백승우, 염중호 등 43명이다.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광주비엔날레는 “세계화 이후 민족적·지정학적 경계가 재편되고 있는 동시대 현상 속에서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정치, 경제, 감정, 세대 간 복잡해지고 눈에 보이지 않게 굳건해지고 있는 경계에 대해 다각적인 시각으로 조망할 계획”이라고 했다. 11명의 큐레이터가 7개 섹션 전시를 진행한다.

다음은 광주비엔날레가 이날 발표한 ‘주요 작품 설명’이다. 발췌해 전한다.

■로스 카핀테로스(Los Carpinteros)

로스 카핀테로스, 강연실-코펠리아(Sala de Lectura-Coppelia) 광주 비엔날레 제공

로스 카핀테로스, 강연실-코펠리아(Sala de Lectura-Coppelia) 광주 비엔날레 제공

“1992년 쿠바의 하바나에서 결성된 작가 콜렉티브이다. 미술과 사회의 교차점에 주목하며 작업하는 로스 카핀테로스는 광주비엔날레에 <강연실-코펠리아(Sala de Lectura-Coppelia)>라는 제목의 건축 파빌리온을 선보인다. 이는 1966년 피델 카스트로가 하바나의 시민들을 위해 지은 우주선 모양의 모더니즘 건축물 모양을 본 딴 것으로, 애초에 카스트로가 의도했듯 광주 비엔날레에서 역시 아이스크림 판매대로 기능할 예정이다.”

■셰자드 다우드(Shezad Dawood)

셰자드 다우드, 미래를 위한 도시(Cities for the Future), 2010. 광주비엔날레 제공

셰자드 다우드, 미래를 위한 도시(Cities for the Future), 2010. 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일 <미래를 위한 도시(Cities for the Future)>는 빈티지 텍스타일 작업과 네온 조각품으로 구성되었으며,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찬디가르의 신비로운 기하학적 문양과 탄트릭(tantric) 기호를 차용하여 형식적 추상, 건축, 성스러운 기하학 간의 궤도를 그려본다.”

■알라 유니스

알라 유니스, Plan for Feminist Greater Baghdad exhibition. 광주비엔날레 제공

알라 유니스, Plan for Feminist Greater Baghdad exhibition. 광주비엔날레 제공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첫 쿠웨이트 파빌리온을 기획한 큐레이터이기도 한 알라 유니스는 <더 위대한 바그다드를 위한 계획(Plan for Greater Baghdad)>이라는 제목의 작품군을 선보인다.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하고 사담 후세인의 이름을 딴 체육관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서술하면서, 이라크의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건축가들이 정부를 위해 세운 기념비의 궤적을 돌아본다. 또한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페미니즘 버전 역시 함께 선보일 예정인데, 이를 통해 그간의 남성중심의 건축 및 역사 서술에서 탈피하여 여성 건축가들이 바그다드의 역사에 기여한 면모 역시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자크 블라스(Zach Blas)

자크 블라스, 주빌리 2033(Jubilee 2033), (still), 2017.  광주비엔날레 제공

자크 블라스, 주빌리 2033(Jubilee 2033), (still), 2017. 광주비엔날레 제공

“<콘트라-인터넷: 주빌리 2033(Contra-Internet: Jubilee 2033)>은 그의 최근 영상작품인 <주빌리 2033(Jubilee 2033)>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본 영상은 실리콘밸리를 조만간 다가올 미래의 디스토피아로 설정하고, 그 곳으로의 여정을 추적하며 인터넷의 종말과 퀴어 사회의 발흥을 그린다.”

■슈 리 칭(Shu Lea Cheang)

슈 리 칭, UKI, 바이러스 창궐(UKI, virus rising), 2018. 광주비엔날레 제공

슈 리 칭, UKI, 바이러스 창궐(UKI, virus rising), 2018. 광주비엔날레 제공

“파격적인 과학공상 포르노 영화였던 <I.K.U.>(2000)의 속편으로 구상된 <UKI, 바이러스 창궐(UKI, virus rising)>(2018)은 두 폭 제단화의 형식으로 구성되며, 테크놀로지 시대 속 신체와 섹스에 대한 작가의 논의를 한층 더 심화시킨다. 페미니즘 및 퀴어 정치학의 관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작가는 섹스를 정치적 발언으로, 섹슈얼리티를 구인(構因)으로, 그리고 유동적인 젠더를 테크놀로지 시대의 표준으로 삼는다.”

■티파니 청(Tiffany Chung)

티파니 청, Reconstructing an exodus history: flight routes from camps and of ODP cases, 2017,  Copyright Tiffany Chung . 광주비엔날레 제공

티파니 청, Reconstructing an exodus history: flight routes from camps and of ODP cases, 2017, Copyright Tiffany Chung . 광주비엔날레 제공

“티파니 청(Tiffany Chung)은 냉전 이후의 지정학 및 (강제)이주에 대해 작업하는 베트남 출신 미국 작가이다. 자신의 개인사 및 추억뿐 아니라 전쟁에 의해 강제된 베트남인의 이주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리서치를 기반으로 작가는 베트남인의 이주 경로 좌표를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 출품할 그의 지도 자수품은 ‘베트남 대이주 프로젝트(Vietnam Exodus Project)’의 일부이다.”

■니나 샤넬 애브니(Nina Chanel Abney)

니나 샤넬 애브니, Catch Me If You Can, Catch 22, 2017. 광주비엔날레 제공

니나 샤넬 애브니, Catch Me If You Can, Catch 22, 2017. 광주비엔날레 제공

“니나 샤넬 애브니(Nina Chanel Abney, 1982년 미국 시카고 출생, 뉴욕 거주 및 활동)는 뉴스 미디어, 잡지, 비디오게임, 힙합문화, 셀러브리티의 웹사이트, 애니메이션 등 우리 일상을 둘러싼 일련의 스펙터클을 활용한 대형 벽화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고전회화의 거대한 스케일, 마티스 회화의 명랑한 에너지 등을 떠올린다. 명랑한 색채와 에너제틱한 형상 이면에는 흑인 하위문화, 젠더 정치학, 공권력의 잔인성 등 대단히 첨예한 정치적 이슈가 담겨 있다. 특히 2015~16년 뉴욕을 중심으로 펼쳐진 흑인인권 캠페인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에 동참하는 작품을 제작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작가는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초대형 야외 벽화를 선보인다. 현대사회에 남겨진 폭력의 유산을 성찰하며, 특히 광주비엔날레 창설의 배경이 되었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재고찰하는 성격의 작품이 될 것이다.”

■첸 웨이(Chen Wei)

첸 웨이, 물결 안에서(In the Waves #4),2013. credit: Courtesy of Chen Wei Studi 광주비엔날레 제공

첸 웨이, 물결 안에서(In the Waves #4),2013. credit: Courtesy of Chen Wei Studi 광주비엔날레 제공

“작가는 중국 나이트클럽의 변천사에 주목한다. 1990년대 당시 중국에 처음 등장한 나이트클럽은 지식인과 운동가들의 새로운 사교의 장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중국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흐름에 편승하면서 나이트클럽도 상업성에 치중하게 된 현실을 바라보며, 오늘날 나이트클럽을 찾는 젊은 세대가 진실과 허구 혹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처해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작가는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가상의 나이트클럽을 연출하고 촬영한 사진작품 <In the Waves> 연작 중 일부와, 중국의 클럽씬에 관한 가상의 잡지를 디스플레이한 작품 <History of Disenchantment>의 기록물, 베이징 거리 광경을 재조합해 중국의 가상적 도시환경을 구성한 <New City> 연작 중 일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엘라 서덜랜드(Ella Sutherland)

엘라 서덜랜드, Slow Seeing and Attention to Make (2016)광주 비엔날레 제공

엘라 서덜랜드, Slow Seeing and Attention to Make (2016)광주 비엔날레 제공

“그의 출판물과 설치작업은 근대 및 현대미술 아카이브의 기저에 깔려 있는 현대미술 고유의 서사와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작가는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출판물과 조응하는 성격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그간 광주비엔날레에서 펴낸 다양한 출판물의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면밀히 분석하고, 광주비엔날레가 축적해 온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선별하여 새로운 표식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표식체계를 적용하여 데이비드 테 섹션전을 위한 새로운 출판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화연

박화연, 철장 안에서(In the Cage), 2017. 광주비엔날레 제공

박화연, 철장 안에서(In the Cage), 2017. 광주비엔날레 제공

“박화연은 현대사회의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작업을 해왔다. 애완으로 취급되어온 동물들이 유기는 물론이고 안락사로 이어지는 살처분 절차가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은 생명에 대한 무책임의 구조가 제도적으로 도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지각되지 않는 시공간에서 대량생산, 대량소비되는 동물들의 생명은 마치 집단학살을 기계적으로 수행했던 수용소의 인간의 현재화된 판본이며 언제든지 인간이 그러한 조건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화연이 ‘광주’와 ‘5·18’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신군부의 ‘내전’ 혹은 ‘살육’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서는 광주 혹은 5·18을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동시대적 삶의 지속 가능성을 묻기 위함이다.”

■여상희

여상희, 비석으로 만들어진 땅(가제), 2018. 광주 비엔날레 제공

여상희, 비석으로 만들어진 땅(가제), 2018. 광주 비엔날레 제공

“여상희는 국민국가 체제에서 희미하게 주어져 있는 역사와 기억을 아카이브하고 이를 관객들과 나누고자 하는 작업에 주력한다. 달리 말해, 국민국가의 ‘역사’가 낱낱이 쪼개진 개체들을 ‘국민’으로 조직하기 위한 서사체제(he-story)라고 할 수 있다면, 작가는 그 역사 내부에 포함될 수 없는 존재들의 삶과 이력에 집중하고 이를 ‘역사화’하기 위한 방식들을 모색한다. 가령, 재조일본인의 역사나 4·3항쟁, 보도연맹, 포로수용소와 같은 역사적 기억을 동시대로 이행하기 위한 방식들을 고민해왔다. 즉 지배적 역사가 ‘국민’을 생산하기 위한 담론 체계라고 할 수 있다면, 국민의 자격을 할당받지 못한 ‘비국민’은 어떻게 현실에서 자신의 몫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를 질문하고 이에 응답하려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아카이브 작업들이 대규모의 ‘무덤’의 이미지와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일 수 없다.”

■권용주

권용주, 폭포(Waterfall), 2011-2016. 광주비엔날레 제공

권용주, 폭포(Waterfall), 2011-2016. 광주비엔날레 제공

“권용주는 길거리의 표피에 주목한다. 그것은 버려진 재활용품이나 폐기물이 아닌 모호한 분류에 속하는 일상의 부산물들이다. 작가는 그러한 것들을 일종의 하위풍경이라 명명하며 사회 구조 속에서 취약한 개인(vulnerability)이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일상 속 풍경으로 이해한다. 작가는 이러한 부유물들의 조형적 형태가 아닌 그들의 작은 운동성에 주목한다. 그것은 일상의 풍경을 장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서적 교감이 발생하는 지점, 사회 구조에 대한 질문과 미적/정신적 탐구에 이른다.”

■이우성

이우성, 빛나는, 거리 위의 사람들, 2016. 광주비엔날레 제공

이우성, 빛나는, 거리 위의 사람들, 2016. 광주비엔날레 제공

“이우성은 사회의 경계면에 위치한 개별 존재, 개인과 집단의 형태, 시간과 공간의 틈새에 존재했던 개별자들에 대해 주목한다. 그는 캔버스를 사용하는 전통적 회화를 하는 동시에, 일상의 시간과 공간의 틈새에 작가 스스로 개입하고 진입하기 위해 걸개 형식의 그림을 들고 거리로 나가기도 한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형식 중 하나인 다수의 걸개 그림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모습, 그리고 개인과 집단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만남으로써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비범해지는 순간에 대해 얘기한다.”

■민성홍

민성홍, 중첩된 감성: 작은 전투, 2017-18. 광주비엔날레 제공

민성홍, 중첩된 감성: 작은 전투, 2017-18. 광주비엔날레 제공

“회전목마 형태를 닮은 이 작품엔 작은 선율과 함께 천천히 회전하는 원형무대가 있다. 원형무대의 가운데엔 새의 형상들이 무리지어 있는데, 새의 형상들은 변화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서로 다른 부리의 모양은 오랜 시간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진화해온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환경의 영향에 따라 신체와 감성과 생각의 변화를 경험해 온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고,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원형무대는 환경의 변화에 전투를 치르듯이 적응하면서 죽음을 향해 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한편으로 이 원형 무대는 자전하는 지구별을 연상시킨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새들은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을 은유하는 듯하다.”

■김인석

김인석, 소나기, 현재 진행(2018), 조선화. 광주비엔날레 제공

김인석, 소나기, 현재 진행(2018), 조선화. 광주비엔날레 제공

“김인석의 조선화 <소나기>는 동시대 북한 조선화의 참신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평양 시내의 어느 날 버스 정류장에서 소나기를 만난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하여 밝고 명랑한 색채로 나날이 변천해가는 평양의 일상을 드러내고 있다. 김인석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고아원, 지하철 등에서 모델을 찾아 나섰고 4년에 걸친 노력 끝에 광주비엔날레에 완성된 작품을 출품하게 되었다.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미술을 통해 폐쇄된 사회의 일면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나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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