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 마케팅 ‘행복한 만남’

2007.08.01 17:20

최근 한국 소설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문학 관련 행사와 마케팅도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모처럼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했던 김훈의 ‘남한산성’이 불을 붙인 한국 소설 바람은 신경숙의 ‘리진’, 김별아의 ‘논개’, 황석영의 ‘바리데기’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책을 독자에게 알리는 행사도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형서점의 독자 사인회나 독자와의 대화는 기본이고 소설 현장을 찾아가는 문학기행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지하철 광고, 대형 현수막 설치 등 광고 마케팅도 치열하다.

작가 황석영의 교보문고 사인회.

작가 황석영의 교보문고 사인회.

황석영의 ‘바리데기’(창비)는 출간 한달여 만에 10만부를 찍었다. 바리설화의 얼개를 빌려온 이 작품은 북한 소녀 바리가 식량난으로 탈북한 뒤 중국을 거쳐 영국의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황씨가 파리에 체류하면서 쓴 이 작품은 출간 직전 이미 영어·불어·독일어·일본어 번역계약을 맺기도 했다.

창비는 출간 이후 교보문고 광화문점(7월21일), 강남·잠실점(28일)에서 사인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교보문고 부천·인천점(8월11일), 대구점(25일)에서 잇따라 사인회를 갖는다. 25일 부산 영광도서에서는 독서토론회가 열린다.

또 예스24가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대표작가 설문조사에서 황석영씨가 뽑힌 것을 계기로 오는 13~14일에는 독자 200명을 초청해 전남 화순 운주사·순천만 등지로 작가와 함께 문학기행을 떠난다. 운주사는 황씨의 대표작인 장길산의 주요 무대이지만 최신작인 ‘바리데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창비는 또 9월7일 한강 유람선상에서 ‘바리데기’ 낭송회를 가질 예정이다. 200명의 독자와 함께 진행될 이 행사에는 성우와 작가가 작품의 한 대목을 낭송하고 일부 장면을 판소리나 연극으로 꾸민다. 김정혜 문학팀장은 “작품의 무대로 직접 갈 수 없기 때문에 황해를 바라보는 배 위의 낭송회를 택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버스 광고로도 대중에 노출되고 있다.

신경숙의 ‘리진’(2권·문학동네) 역시 총 16만부를 찍으면서 지난 7월 초부터 집중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0일 출판사와 한국관광공사 공동 주관으로 경복궁 경회루와 경기 여주 일대를 둘러보는 문학기행이 열렸다. 이달 10일 저녁에는 인터파크와 문학동네가 마련하는 ‘리진 북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북콘서트에는 가수 박기영씨가 나와 ‘리진’을 읽고 작품에 매료돼 만들었다는 곡을 발표하며 성우의 소설낭독, 작가와의 대화가 준비된다. 또 작품 속 경회루에서 프랑스 공사 콜랭을 환영하는 연회 장면을 재현해 리진의 춘앵무와 강연의 대금연주 장면을 보여줄 예정이다.

소설가 김훈 작품 낭송회(왼쪽), 경복궁에서 열린 신경숙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투어.

소설가 김훈 작품 낭송회(왼쪽), 경복궁에서 열린 신경숙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투어.

문학동네는 또 코엘료의 ‘연금술사’, 와이스버거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외국 소설에 시도했던 대형 현수막 및 버스광고를 다시 시작했다. 또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의 몇면 지하철 역에는 스크린도어와 원형기둥, 대형 전광판에 광고를 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지방 사인회 및 강연회 일정을 담고 있다.

김별아의 ‘논개’(문이당)는 캐나다에 체류 중인 작가가 책 출간과 함께 입국한 한달여 기간에 맞춰 마케팅을 집중했다. 지난달 5일 출간 이후 저자사인회(14, 21일), 예스24·롯데시네마 건대점 주최 독자와의 대화(20일), 팟찌닷컴·카리브해(카페) 주최 독자와의 대화(26일), 인터파크·한국관광공사 주최 진주성방문 등의 행사를 숨가쁘게 치렀다. 이 책은 현재 7만부가 서점에 깔려 있다.

김훈의 ‘남한산성’(학고재)도 총 30만부를 발행해 25만부가 팔렸으며 꾸준히 독자를 늘려가고 있다. 김훈씨는 출간 이후 수십차례 인터뷰나 대중행사를 치렀다. 또 이 책이 대전시내 13개 공공도서관이 참여하는 한책읽기운동(One Book, One City) 대상 도서로 선정됨에 따라 9월에는 이들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독서토론회에 주로 참가할 예정이다. 방학 중에는 교사 대상의 강연회도 열린다.

이 같은 한국 소설의 열기는 근래 유례 없는 일이다. 장편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은희경의 소설집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한다’(창비)는 10만부를 넘겼다. 또 첫번째 소설집으로 각광을 받았던 편혜영·백가흠·김애란 등이 두번째 단편집을 막 출간했거나 곧 출간한다. 조경란과 김연수의 장편도 뚜껑만 열면 된다. 김영하와 공지영은 일간지에 장편을 연재 중이어서 조만간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최고의 단편소설(도서출판 작가)로 꼽힌 ‘친절한 복희씨’의 작가 박완서씨의 소설집도 곧 묶이고 김주영씨도 월간 현대문학에 장편 ‘붉은단추’를 오랜만에 연재 중이다. 작가 황석영씨는 “원로부터 신예까지 이렇게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쏟아내는 한국문단의 활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평가했다.

〈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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