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평론 심사평

2008.01.01 17:03

탄탄한 문체·명료한 관점, 이론 도입 적절

심사중인 서현석(왼쪽)·이동연(오른쪽)

심사중인 서현석(왼쪽)·이동연(오른쪽)

대중문화는 역동적이고 유동적이다. 다각적이고 다원적이다. 매체는 변화하고 소통의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아쉽게도 30편이 넘는 원고들에서 이러한 대중문화의 에너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평면적인 텍스트 분석보다는 의미의 폭을 텍스트 밖으로 넓히는 열린 관점이나 창의적인 확장을 높게 평가했고, 매체간의 상호작용이나 다양한 지각 체험, 영역과 장르 간의 경계와 접점에 민감한 글을 눈여겨보았다. 한 편의 영화를 치밀하게 분석한 글을 수상작으로 결정하게 된 것은 그만큼 대중문화의 역동성을 읽어내고 확장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많은 대중매체들 중에서도 영화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각별했다. 응모작 대다수가 영화감독을 예찬하거나 영화를 통해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을 구축하고 있는 영화 연구에서 보편화된 이론적 개념들이 자주 등장하였고, 그만큼 학술적 기반이 탄탄한 분야로서 영화평론의 강세가 질적으로도 나타났다.

영화를 다룬 많은 응모작들 중에서도 ‘동막골’을 분석한 ‘먹고 배설하는 신체로 회귀하라’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 역시 평론의 고전적이고 형식적인 기반에 충실하였기 때문이다. 즉, 안정감 있는 문체를 통해 하나의 명료한 관점을 탄탄하게 구성하였고 세밀한 관찰과 이론의 도입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개념적 도구들과 이론적 틀이 적절하게 등장하면서도 글을 장악하는 대신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해석을 풍부하게 하였고, 대중문화 속에 담긴 다층적 상징들의 교접을 일깨워주었다. 평을 통해 영화 속의 작고 사소한 기표는 거시적인 의미의 층을 소통하는 견고한 기반으로 살아났다.

‘밀양’이나 ‘기담’, ‘디워’ 등 더 최근에 주목을 받았던 영화들도 많은 예리한 관찰의 대상이 되었다. 그 중에서 ‘달팽이들을 위한 안락한 멜로 혹은 유령의 정치학’과 ‘한줌의 햇볕이 지닌 찰나적 유희에 대하여’ 등은 보편적으로 반복되는 모티브와 주제를 통해 영화 텍스트 내부에서 작동하는 특정한 의미체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였다.

‘나비 공화국’은 주제의 설정에서는 가장 창의적인 글이었다. ‘나비’라는 작은 모티브를 통하여 ‘나비소녀’와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로부터 ‘기담’과 ‘별빛 속으로’에 이르기까지 역사의식의 굴곡을 관통한 것만으로도 풍부한 사유의 통로를 뚫었다. 역사소설과 대중음악까지 분석의 대상을 확장하여 대중의 정서와 역사에 대한 성찰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좁은 지면에서 희생되었을 수밖에 없었을 면밀하고 치열한 텍스트의 분석을 심화하고 이를 통해 더 다양한 접점들을 제시한다면, 더 활력 넘치면서 학술적 가치도 높은 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