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평론 심사평-영화 서사 내 숨은 맥락 짚어내

2009.01.02 17:43
심사위원 이동연·서현석

올해 대중문화평론에 응모한 32편의 글들은 작년에 비해 평균적으로 수준이 높았지만 한눈에 반할 만한 원고를 단번에 골라낼 수는 없었다. 영화비평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예년과는 달리 드라마 비평의 투고 편수가 많이 늘었고, 광고, 대중음악,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분석한 글들도 제법 많았다.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대중문화평론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서현석(왼쪽), 이동연 교수가 본심에 오른 작품을 분석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윤중기자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대중문화평론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서현석(왼쪽), 이동연 교수가 본심에 오른 작품을 분석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윤중기자

최종심에 올라온 5편의 원고들은 각기 자기 발화법(發話法)을 알고 쓴 글들이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 역사적 틈의 사유를 읽고자 했던 글은 꼼꼼하게 분석했으나 너무 줄거리 위주의 실제비평에 머물렀다. 아디다스 광고를 시간성 관점에서 노동 이미지의 소멸과 놀이 이미지의 치환으로 분석한 글은 나름의 복잡한 기호적 도식을 제시하는 신선함을 보였지만 글이 너무 딱딱하고 지나치게 단정적인 주장에 머물렀다. 홍상수 영화에서 공간의 의미를 꼼꼼하게 분석한 글은 기존의 홍상수론의 반복적인 주장을 담고 있어 신선하지 못했다. 미국 드라마 과 <로스트>를 다중 내러티브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도 나름 자기 근거를 가지고 썼지만, 비평으로서의 읽는 재미가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개봉한 <렛미인>을 분석한 글은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도식적 관계의 해체적 글 읽기를 시도한 장점이 있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토픽들이 너무 산만했다.

최종적으로 ‘아디다스-노동 이미지의 소멸’과 ‘거세된 인간과 진화한 뱀파이어의 조건-영화 <렛미인> 평론’을 놓고 고민하다 비평적 안정감을 갖고 있고, 영화 서사 내의 숨은 맥락을 잘 짚어낸 후자의 글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사실 응모된 원고들 중 아주 뛰어난 글을 발견할 수 없어 최종 당선작을 선정하기까지 많은 진통이 있었다. 올해는 당선작을 내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몇 번의 장고 끝에 이 글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당선작을 결정했다. 당선자는 앞으로 한 칼에 의미의 결을 베는 비평의 집중력에 대한 내공을 쌓길 바란다. 앞으로 수많은 글쓰기의 시간과 싸워야 할 당선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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