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2014.01.20 21:54
김소연 | 시인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마음산책

[오늘의 사색]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수학의 기초가 뭔지 알아요?” 나는 물었다. “수학의 기초는 숫자예요. 누군가 내게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숫자라고 말할 거예요. 눈과 얼음과 숫자. 왜인지 알아요?”

수리공은 호두까기 도구로 집게발을 깨서는 구부러진 집게로 살을 빼냈다.

“숫자체계는 인간의 삶과 같기 때문이에요. 먼저 자연수부터 시작해요. 홀수 중에서 양의 정수들요. 작은 아이들의 숫자죠. 하지만 인간 의식은 확장해요. 어린이는 갈망의 감각을 발견하죠. 그럼 갈망에 대한 수학적 표현이 뭔지 아세요?”

수리공은 수프에다가 크림을 얹고 오렌지 주스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음수예요. 뭔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감정의 공식화. 인간 의식은 더욱더 확장하고 아이들은 그사이의 공간을 발견하죠. 돌 사이, 돌 위의 이끼 사이, 사람들 사이, 그리고 숫자 사이. 정수에 분수를 더하면 유리수가 돼요. 인간 의식은 거기서 멈추지 않죠. 이성을 넘어서고 싶어 하죠. 인간 의식은 제곱근을 풀어내는 것 같은 기묘한 연산을 더하게 돼요. 그럼 무리수가 되는 거예요.”

△ 자연수만을 알던 유년의 내가 맨처음 음수를 알게 됐을 때 어땠는지를 생각한다.

맨처음 알았던 숫자의 사이를 끝없이 벌려 놓으며, 그사이에 형언할 수 없는 광활한 영역이 있으며 그사이 또한 숫자들로 바글거린다는 사실에 대해 상상한다.

그 이방인 같았던 사이의 숫자들은 어린 시절 나에겐 자연수로 표상되는 숫자 바깥에 놓여 있었지만, 숫자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맨처음 존재였고, 사실상 ‘수의 세계’의 위대함을 지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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