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 제목이 좋아 살려둔 책

2014.07.01 22:06 입력 2014.07.09 22:29 수정
주철환 |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 제임스 듀이 왓슨

[주철환의 내 인생의 책](3)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 제목이 좋아 살려둔 책

직장을 몇 차례 옮기다 보면 책도 주인 따라 이리저리 이사 다니는 신세가 된다. 보물단지보다는 애물단지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자구책을 마련했다. 책꽂이를 비우기 한 달 전쯤 ‘분양’ 공고를 낸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후배들에게 원하는 책을 고르라고 권한다.

선배의 향기를 간직한다는 구실로 그들은 책장을 살핀다. 이때 주의를 기울일 부분이 있다. 구매한 책이 아니라 거저 받은 책들의 거취다. 첫 장을 펼치면 나와 그 책을 선물한 사람의 이름이 다 들어 있다. 애틋한 메시지도 있다. 망설여진다. 책을 준 사람이 이 사실을 안다면 서운하지 않을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실용합리노선이 필요하다.

일독했다면 이미 내 속에 들어온 것이니 보관할 가치가 없다. 지금껏 안 읽었다면 앞으로도 읽지 않을 테니 애지중지할 이유가 없다. 드디어 증거인멸이다. 미안하지만 첫 페이지를 조심스레 찢는다. 잘 가라. 새 주인 만나 잘살아라.

이사철에도 몇 권의 책들은 분양리스트에서 빠진다. 이 책은 장정이 아니라 제목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살면서 지루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던가. 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빼앗겼던가. 지은이는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인 과학자다. 기억난다. 대학 신입생 때 필독도서목록이란 게 있었다. 그중에 제임스 왓슨이 지은 <이중나선>이란 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DNA의 구조를 파헤친 바로 그 사람이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라고 말한다. 현명한 사람도 휴식이 필요하다, 가르치면서 자신은 더욱 발전한다, 경쟁자들과 영광을 함께 나누어라 등 관리자가 된 전문가들이 귀담아들으면 좋을 조언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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