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멸 | 밀란 쿤데라

2016.02.01 22:45 입력 2016.02.01 23:18 수정
조진주 | 바이올리니스트

‘불멸’ 위한 예술인의 숙명

어떤 책을 좋아하면 그 작가의 책을 집중적으로 다 읽어버리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시작으로 나는 아직도 냉소적인 쿤데라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인간의 부질없는 몸부림들을 통찰하는 특유의 필력으로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불멸>은 그중에서도 특히 더 인간으로서의 나, 그리고 예술인으로서의 나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이다.

예술인으로서 갈망할 수밖에 없는 ‘불멸’을 논하며 쿤데라는 말한다.

[조진주의 내 인생의 책] (2) 불멸 | 밀란 쿤데라

세상에는 두가지의 사람이 있다고. 존재에 끊임없이 더함으로써 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과 끊임없이 버림으로써 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 비우는 것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또한 비루한 나의 존재에 무엇이라도 더해보려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진중한 척, 진지한 척, 사회적 위치와 돈과 심지어 가족까지 이용해 존재를 아무리 크게 쌓으려 해보아도, 가벼운 비웃음 앞에서 바로 무너져 내릴 뿐인데 말이다.

담담하게 생을 대하면 그만일 뿐이라고, 쿤데라는 이야기한다. 나의 하찮은 존재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가벼움을 무기로 정신적 자립을 이루게 된다.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따위로 정의할 수 없는 그저 존재로서의 ‘나’로 말이다. 차가움을 머금은 뜨거움은 이러한 객관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특권이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관찰하게 되는 것, 이것은 어쩌면 ‘불멸’을 누리기 위한 예술인의 숙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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