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등 추천 ‘올 여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100권’ 뉴욕타임스 소개
세계관 형성에 도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첫 손
인공지능·유전공학 등 논쟁거리 ‘사피엔스’도 추천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읽을 만한 책’을 추천받고자 하는 바람에는 동서양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더구나 믿을 만한 사람이 소개하는 책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명인사 10명이 올여름 권하는 책 10권씩 총 100권을 소개했다.
첫머리에 소개된 이는 빌 게이츠였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주, 세계 최고 부자, 자선사업가 등 여러 별칭이 있지만 ‘책 골라주는 남자’로도 인기가 많다. 블로그에 서평을 꾸준히 올리며 자신만의 올해의 책을 뽑기도 한다. 게이츠의 독서 목록은 매번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공유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이츠가 첫손에 꼽은 책은 하버드대 스티븐 핑커 교수가 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다. 인지과학·진화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는 이 책에서 100여개의 그래프와 도표 등을 제시하며 인류 역사에서 폭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음을 논증한다. 게이츠는 “인간의 선한 본성과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책은 그 어떤 것보다 나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도 추천 목록에 포함됐다. 게이츠는 “가족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 책을 이야기하다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면서 지나온 인류 역사는 물론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등 최신 기술이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수학자 조던 엘렌버그의 <틀리지 않는 법>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우리가 항상 수학을 하고 있으며 일상 곳곳에 수학적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빌려줘 읽게 됐다는 <경영의 모험>도 추천했다. 칼럼니스트 존 브룩스가 1969년 처음 출간한 책이지만 “저자의 통찰은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위대한 회사를 경영하는 법칙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문장은 자택 서재 천장에 새겨두기도 했다.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와 있어 그걸 놓치는 일은 있을 수 없어 보였다”는 구절이었다. 지구 종말의 날을 다룬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세븐이브스>부터 생물학자 닉 레인의 <바이탈 퀘스천>, 일본 라쿠텐 창업자 미키타니 히로시와 부친 료이치의 공저 <경쟁의 힘> 등에 이르기까지 게이츠 추천 도서에는 폭넓은 관심분야가 망라됐다.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미국 흑인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앨리스 워커의 소설 <컬러 퍼플>을 권하면서 “읽는 이들의 눈을 트이게 하며 삶의 희망을 가져다주는 책”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휴가 때 챙겨 읽었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흑인 저술가 타네히시 코츠는 역시 흑인인 제임스 볼드윈의 에세이 모음집 <다음에는 불을>을 추천했다.
지난해 맨부커상 수상자인 자메이카 출신 말론 제임스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가을>을 꼽았다. “미로처럼 꼬인 문장이 각별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이 책은 무인도에서 읽기 딱 좋은 책”이라는 추천사를 달았다.
‘스타 셰프’ 마커스 사무엘슨은 재즈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자서전 <마일스>를 꼽았다.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스웨덴에 입양된 뒤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무엘슨은 자신과 같은 나이인 18세 때 뉴욕 땅을 처음 밟은 데이비스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뉴욕타임스는 책을 고를 때 단지 저명인사가 추천한다는 이유보다는 독자 스스로의 삶과 관심사에 얼마나 맞는 책인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