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친구에서 인간의 동료로

2018.05.20 11:01 입력 2018.05.20 11:31 수정

요즘 최고 인기 반려동물은 고양이인 듯하다. 고대 이집트 때 ‘신성한 존재’에 반열에 오른 듯하다. 고양이가 늘 사랑받은 건 아니다. ‘악마 숭배자들의 사악한 친구’로 몰린 적이 있다. 유럽의 마녀사냥 때 함께 불에 타 죽은 고양이가 부지기수다. 고양이의 울음 소리는 불길하게 들렸다. 요즘도 밤길 개소리는 그저 시끄러워도, 밤길 고양이 소리는 섬뜩하게 느끼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사랑의 대상이든, 증오의 대상이든 고양이는 회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동물이다.

가와이 도쿠히로 ‘길든 고양이의 환상’(부분) <고양이는 예술이다>(은행나무) 책 표지로 쓰인 이미지다. 은행나무 제공

가와이 도쿠히로 ‘길든 고양이의 환상’(부분) <고양이는 예술이다>(은행나무) 책 표지로 쓰인 이미지다. 은행나무 제공

데즈먼드 모리스. 한국에도 <털없는 원숭이들>로 널리 알려진 그는 원래 미술 속 애완동물로 작업을 시작했다가 사례가 너무 풍부해 고양이로 범위를 좁혔다. 별난 고양이 그림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천점의 고양이 그림을 두고 쓴 책이 바로 <고양이는 예술이다>(은행나무)이다. ( 기사보기 : [책과 삶]화가의 시선에 동물학을 가미한 ‘고양이 예술사’ 책은 회화사, 문화사에 모리스의 특기인 동물학이 가미된 책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학술적인 정보와 대중문화사 간에 절묘한 균형을 선보임으로써 고양이 애호가와 미술사가 모드를 매료할 것”이라고 평했는데, 과한 평은 아닌 듯하다. 모리스가 고양이 특성을 정리한 것 중엔(왜 고양이는 악마와 연관됐는가를 설명하는 장에서) “개, 말, 소처럼 사람의 노예가 되는 일이 결코 없었다. 인간의 규칙에 저항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동물학 지식이 여느 고양이책, 미술책과 차별화를 이루는 것 가다. 고양이가 밤에 울어대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서 나는 소리고, 생쥐를 갖고 노는 듯한 행동도 잡아 먹기 전 반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 생쥐가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본능일 뿐이라고 한다.

신성한 존재-악마-사랑스런 친구까지…. 고양이보다 인간에게 극과 극을 오가는 ‘대접’을 받은 동물은 없을 듯하다. 다음 <고양이는 예술이다>에 나오는 이미지에 잘 드러난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이미지와 사진설명을 제공받아 정리했다. 아, 데즈먼드 모리스는 동물학자이면서 화가다. 구글을 검색해서 보니 살바도르 달리 풍의 초현실주의 그림이 나온다. 우선 모리스의 그림부터. 그 다음은 선사시대 벽화부터 뱅크시의 그림까지, 책에 나오는 고양이 이미지와 발췌문이다.

데즈먼드 모리스, The Arena, 1976,출처 tate.org.uk

데즈먼드 모리스, The Arena, 1976,출처 tate.org.uk

■구석기 시대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프랑스의 가비유 동굴의 벽화에는 구석기시대 작은 고양이를 찾는 우리의 눈에 가장 고양이게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그림이 하나 새겨져 있다.… 점점 가늘어지는 긴 목, 둥근 얼굴, 귀의 모양과 위치를 보면 작은 고양이를 가르키는 듯도 하다. 정말로 작은 고양이라면 들고양이 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당시 유럽에 사는 소형 고양이류는 그 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집고양이의 직계 조상은 이 종의 북아프리카 아종인 리비아 살쾡이였다.”

■가장 오래된 고양이 싸움 장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아마 고양이를 그린 선사시대 암각화 중에서는 리비아에서 발견된 것이 가장 놀라울 듯하다. 7000년 된 이 대형 암각화는 두 고양잇과 동물이 일어서서 서로 치고받는 모습을 나타냈다. 고양이를 그린 미술 작품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고양이 싸움 장면이다.”

■이집트 왕조의 고양이 풍자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이집트 고양이가 맡은 세 번째 역할은 유쾌한 사회적 풍자다. …이런 풍자 그림에서 전형적으로 쓰이는 장치는 생쥐와 고양이의 강약 관계를 뒤집는 것이다. 한 그림에서는 고양이가 왕가의 생쥐에게 뇌물을 바치고 있다.”

■최악의 순간을 맞은 그리스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고대 이집트 문명이 고대 그리스 문명에 밀려나면서, 고양이도 신성한 지위를 잃었다.…그리스 고양이에게 최악의 순간은 아테네 인근에서 발견된 기원전 500년경의 대리석 부조에 등장한다. 갈비뼈가 드러날 만치 안상한 고양이가 겁에 질린 채 커다란 개와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 동물의 주인들은 야만적인 싸움이 벌어지기를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마주하고 있다.”

■자기 몸을 핥는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자기 몸을 핥는) 모티프가 반복되어 쓰인 이유는 당시에 널리 퍼져 있던 미신과 관련이 있다. 고양이가 자기 몸을 핥으면 비가 온다고 믿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그 미신에는 들어맞는 점도 있긴 하다. 폭풍우는 고양이의 전자기 감각을 교란하기 때문에, 고양이는 예민해져 털을 고르기 시작한다. 고양이는 동료 인간이 폭풍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고양이는 정발로 비를 예보할 수 있다.”

■악마의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검은 고양이는 유럽 전역에서 공격을 받았고, 죽어가는 고양이가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사실은 악마의 비명이라고 믿는 독실한 기독교인들의 손에 엄청난 수의 고양이가 살해되었다. 한 해 중 검은 고양이에게 최악의 날은 성 요한 축일인 6월24일이었다. 그날이 되면 검은 고양이를 닥치는 대로 잡아와서 커다란 통이나 자루에 수백 마리씩 담은 뒤, 모닥불에 산 채로 태워 죽였다. 마녀들이 성 요한 축일에 검은 고양이로 변신하여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그(다빈치)는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고, 아기 예수는 고양이를 껴안고 있는 그림을 그릴 계획이었다. 그 그림은 예수가 탄생하는 바로 그 순간에 한 고양이도 새끼를 낳았다는 전설을 소재로 삼았다. 그는 1470년 무려 여덟 장의 스케치를 그렸지만, 그 그림 자체는 결코 실현되지 못했다. 아니, 적어도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보스의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보스의 고양들은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움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의 제단화 전체에 등장하는 온갖 기이한 동물들 중 하나일 뿐이다.”

■우아한 앙고라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이 어린 고양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털 고르는 빗을 들고 여성이 다가오자 두 앞발을 그녀를 향해 휘두르고 있다. 그녀의 표정을 볼 때, 이런 적대적인 반응과 마주치는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우리는 진귀한 애완동물을 키우는 부유한 고양이 주인이, 고양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고양이에게 예의 바른 생활 방식을 강요하리나는 것을 안다.”

■르누아르의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르누아르야말로 그 집단(인상파 화가)에서 고양이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초상화에는 고양이기 함께 등장하는 사례가 아주 많다.”

■노려보는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파울 클레는 자신의 고양이들을 애지중지해씨만, 고양이 초상은 그의 화풍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서) 고양이가 담긴 것은 약 스무 점 뿐이다. 가장 유명한 그림인 ‘고양이와 새’는 1928년에 나왔다. … 고양이가 노려보는 대상인 듯한 새는 고양이의 이마에 찍혀 있다. 그림은 마치 이 고양이가 작은 새를 말 그대로 마음에 담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조선의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고양이는 비단 족자 그림을 그리던 18세기 조선 화가들에게 인기 있는 대상이었다. 변상벽의 그림들이 가장 유명한 축에 들었다. 그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서 ‘변고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묘작도’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자세히 보면 그가 새의 행동도 잘 묘사했음이 드러난다.”

■고흐에 영향을 준 우키요에 화가의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18세기가 저물 무렵에 태어난 우타가와 히로시게는 우키에요파의 거장 중 한명이라고 여겨진다. 그는 서양에서 큰 찬사를 받았고, 빈센트 반 고흐는 그의 몇몇 작품의 구도를 베끼기도 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고양이 그림은 ‘아사쿠사 논과 토리노마치 참배’다. 특이하게도 이 그림에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세상의 왕이 되고 싶은 고양이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그(가와이 도쿠히로)의 고양이 그림이 특이한 이유는 동양의 미술 전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 그는 세밀하게 그리며, 그의 고양이들은 사진이라고 착각할 만큼 정밀하게 그려져 있다. 아기 천사 같은 상상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뱅크시의 고양이

[보다, 읽다]악마의 친구에서 인간의 동료로

“화가(뱅크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비참한 상황을 알리고자 2015년 비밀리에 가자 지구로 갔다. …폐허들 속에 남아 있는 벽에 그림을 그렸다. … 그 동네 사람이 왜 새끼 고양이를 그렸냐고 묻자, 뱅크시는 이렇게 설명했다. ‘내 웹사이트에 사진을 올려서 가자 지구의 참상을 알라고 싶었는데,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새끼 고양이 사잔만 보더군요.’ 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씀으로써, 그는 최근의 중동의 다른 사건들에 가려지고 만 한 주요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끔 할 수 있었다. 그는 파괴된 벽에 그린 새끼 고양이가 ”우리는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 사이의 충들을 외면하면, 힘 있는 자의 편을 드는 것이지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상기시키는 역학을 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