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문화인류학적으로 분석한 감방 생활

2018.06.01 20:47 입력 2018.06.01 20:53 수정

감옥의 몽상

현민 지음 | 돌베개 | 374쪽 | 1만6000원

[책과 삶]문화인류학적으로 분석한 감방 생활

저자가 교도소에 입소할 때 처음 목격한 건 교도관에게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노인이었다. 1940년대에 태어난 노인은 소지품 중 반입이 금지된 라이터 하나를 지키려고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그는 벌금 9만원을 못 내 감옥에 끌려왔다. 저자의 주머니에는 영치금으로 후원받은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노인의 수감을 막을 만한 가치를 지닌 액수였다.

책은 감옥의 일상과 구조, 관계망을 문화인류학으로 분석한다. 병역을 거부한 저자는 2010년 3월12일부터 2011년 6월30일까지 영등포교도소에 갇혔다. 입소 때 지문 날인부터 출소 때 소지품 검사까지의 체험과 감상, 분석을 넣었다. 서열화 과정, 일터 규칙, ‘형-동생’ 관계 맺기와 권력 관계, 감옥의 경제 논리, ‘빵잽이’와 특권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에게 감옥은 “자유, 권리 같은 추상적 개념의 제한은 몸의 미시적 수준까지 영향을 미쳤”다. 인간관계는 “과시와 위축이라는 패턴을 오가며 정의”된다. 감옥에선 “여기는 사회가 아니다라는 말과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라는 말이 공존”했다.

저자는 “흩어진 감각, 감정, 기억들을 문장으로 조립하면서 당시 상황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감옥에 들어갈 때 가져간 책은 신영복(1941~2016)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그는 감옥에서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소리내 읽었다. ‘실용서’라 생각하고 들고 갔는데, 저자는 출소 후 신영복의 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정치범 수감자의 글쓰기와 남성성’이란 글을 써 수록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