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좋은 사람이지만 좋은 동료는 아닌···그런 사람도 있잖아

2022.07.29 11:17 입력 2022.08.02 20:53 수정
김민정 재일 작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다카세 준코

전원 여성 작가라고요? 그렇다. 올해 아쿠타가와상 후보 다섯 작품 모두 여성 작가의 작품이었다. 언론들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떠들어댔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상이 발표된 후 여성 작가만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 일어난 이변이다. 생리를 거부하기 위해 거식증을 가진 여고생의 이야기를 담은 'N/A', 90세의 꼬장꼬장한 할머니와 고분고분한 어머니, 그 사이에 낀 채 소설가를 지망하는 19세 딸의 이야기를 담은 야마시타 히로카의 <험담>, 어머니를 간병하며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쓴 스즈키 료미의 <기프티드>, 폐광 테마파크의 갱부 마네킹을 아버지라고 믿고 큰 주부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고사가와 지토의 <가정용 안심 갱부> 등이 후보에 올랐다.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은 직장인들 사이의 미묘한 인간관계를 음식과 연관 지어 그려냈다. 점심때만 되면 사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장하며 그 음식을 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부장, 애써 도시락을 싸왔음에도 부장에게 그 사실을 고하지 못하고 끌려나가는 사원들. 그중에는 가장 잘 웃고 가장 연약한 아시카와가 끼어있다.

아시카와는 툭하면 조퇴하는 사원이다. 현 직장으로 전직하기 전에 전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아시카와에게 대부분의 사원은 친절하게 대한다. 부장도 부장대리도 아시카와가 머리가 아파 조퇴를 하겠다면 당장 그러라고 한다. “우리는 작은 회사가 아니야. 그래서 그냥 두라고 할 수도 없잖아.” 부장은 입버릇처럼 아시카와를 감싼다.

힘겹고 귀찮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조퇴를 하는 아시카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원이 있으니 바로 오시오다. 오시오는 치어리더로 활약했으며 혼자 일을 척척 해내는 유능한 직장인이다. 오시오도 가끔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그 정도로 조퇴할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그럴수록 아시카와가 얄밉다.

니타니는 작고 연약하고 순종적인 아시카와를 마음에 둔다. 아시카와는 종종 니타니의 집에 와서 저녁을 만들어주고 “건강에 좋은 것을 먹으라”고 말한다. “간단한 것이라도 만들어서 먹어요. 물을 끓여서 채소를 가위로 잘라 넣고 두부 한 모 넣고 조미된 된장만 넣으면 된다고요.” 니타니는 자신을 챙겨주는 아시카와의 말이 고맙기도 하지만, 살짝 짜증이 인다. 도대체 회사원에게 밥을 해 먹을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잠자기도 부족하다. 그래서 그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 아시카와가 잠든 사이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아시카와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지만 종종 케이크를 구워와 부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아시카와만의 방식이다. 항상 웃음 띤 얼굴로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가끔 케이크를 구워오는 사원은 출세를 할 수는 없겠지만 부서에 한 명쯤 있으면 딱 좋은 사람이며, 아시카와는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물론 누군가는 그녀를 질투한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지만 좋은 동료는 아니었으므로. 그리하여 어느 날 누군가가 아시카와가 구워온 케이크를 버린 사실이 발각되었다.

1988년 태어난 다카세 준코는 2019년 <개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선정 위원은 “작은 집단에서의 인간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평했다. 다카세 준코는 “수상이 믿기지 않는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나이도 가치관도 다른 사람들과 매일 만나야 하는데, 내가 한 일에 화가 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반대인 사람도 있는 것”이라며 그런 경험을 살려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또는 너는 맞고 나는 틀렸다’가 전부가 아닌 복잡한 세상과 인간관계를 담백하지만 스릴 넘치게 묘사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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