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일으키는 ‘착청’, 언제 어떻게 일어날까

2023.02.24 20:35

[책과 삶]뇌가 일으키는 ‘착청’, 언제 어떻게 일어날까

왜곡하는 뇌
다이애나 도이치 지음, 박정미·박종화 옮김
에이도스 | 404쪽 | 2만2000원

미국 신경상관학회에서 매해 주최하는 ‘올해의 착시 콘테스트’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행사다. 사물의 실재와 인간의 지각이 일치하지 않는 ‘착시’를 보여주는 이미지가 주로 출품된다. 입체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평면인 계단이 대표 수상작이다. 뇌의 착각으로 착시가 일어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착시는 신비로움을 넘어 인간의 인지 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주제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착시만 일으키는 게 아니다. 뇌는 소리도 왜곡해 받아들인다. 심리학자 다이애나 도이치의 <왜곡하는 뇌>는 인간의 뇌가 일으키는 ‘착청’을 소개한다.

도이치는 선천적인 재능으로 알려졌던 절대음감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성조 언어를 쓰는 이들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은 학자다. 저자는 인간이 무언가 들을 때, 소리 그 자체만이 아니라 “지식, 신념, 예측에 의해 강하게 영향받는다”고 본다. 인간의 지각은 결국 지식과 기대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과 맥락이 같다. 저자는 한 개인의 성향과 배경에 따라 달리 들리는 언어를 ‘유령어’라고 부른다.

<왜곡하는 뇌>에는 착청이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저자는 같은 소리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다르게 들으며, 심리나 정서에 따라 같은 음을 달리 듣는 현상을 각종 실험으로 입증한다. 쓰는 언어에 따라 단순한 소리 패턴을 뇌가 달리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와 영국 남부에서 자란 사람은 같은 음을 듣고도 정반대로 인식한다. <왜곡하는 뇌>에는 생소한 개념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이를 상쇄해주는 ‘QR코드’가 있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직접 착청 현상을 경험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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