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세기 이어진 ‘남성 뇌 우성론’…뿌리 깊은 연결고리는 ‘편견’

2023.02.24 20:35

[책과 삶]수십 세기 이어진 ‘남성 뇌 우성론’…뿌리 깊은 연결고리는 ‘편견’

편견 없는 뇌
지나 리폰 지음·김미선 옮김
다산사이언스 | 536쪽| 2만2000원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첫 번째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는 것이 중하요다고 한다.” 우리는 엉망으로 쓰인 이 문장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뇌가 스스로 오류를 무시하고 단어와 문장을 완성시킨 덕분이다. 뇌는 지름길을 택한다. 오류나 예외를 무시하고, 삶을 빠르게 진척시킬 수 있도록 인지한 것들을 그간 학습해온 규칙에 따라 편집한다. 그런데 우리가 습득하고 있는 규칙이 실은 고정관념이나 이미 틀렸다고 증명된 거짓이라면? <편견 없는 뇌>의 지나 리폰은 수십 세기 동안 합리화돼 온 ‘성차’에 주목한다.

뇌과학은 오랫동안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증거를 제시해왔다. 남성의 뇌 부피가 여성보다 크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과학적 증거에 의해 낡은 연구들이 반박될 때마다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성차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저자는 이 현상을 하나를 해결해도 끊임없이 다른 하나가 튀어나오는 ‘두더지 잡기’에 비유한다. 문제는 편견에 부역하는 연구가 알려질 때마다 고정관념이 퍼지고 인간의 자유의지가 오염된다는 데 있다.

현대 뇌과학은 뇌 기능이 생물학적·선천적으로 결정되기보다 후천적으로 형성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교육의 양, 직업 등에서 비롯된 경험이 뇌를 다르게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기울어져 있고, 우리는 성에 따라 다른 것을 경험한다. 뇌는 학습한 규칙에 따라 자기정체성을 형성하고 내 집단을 찾아내며, 사회문화적 네트워크에 적절하도록 행동 양식을 정한다. 저자는 “편향을 넣으면 편향이 나온다”며 이제 성차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성차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 연구가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학습하는 편견, 편견을 학습한 사람을 연구해서 나오는 또 다른 연구 결과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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