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대신 부족으로 ‘공동체 생활’

2023.02.24 20:44

[책과 삶]가족 대신 부족으로 ‘공동체 생활’

공유주택 은공1호 이야기
은공1호사람들 지음
오늘 | 356쪽 | 1만8000원

가족은 울타리다. 가족 안에서 구성원들은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이 울타리는 때로 단단히 걸어잠긴 빗장이 된다. 확장보다 폐쇄를 택해 ‘우리’라는 이름 안에 서로를 가둔다.

서울 도봉산 아래 안골마을에는 공유 주택 은공1호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주민들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가족’의 울타리를 확장하는 사람들이다. 은공1호에서는 이제 갓 세 돌이 지난 어린아이부터 50대 장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이들이 지난 5년간 한 집에 살며 경험하고 느낀 변화를 엮어 책으로 냈다. <공유주택 은공1호 이야기>다.

은공1호 공동체 생활의 핵심은 ‘가족의 해체’에 있다. 열두 명 내외를 ‘부족’이라는 한 단위로 묶어 경제적 생활 공동체를 이루게 한다. 부족은 혈연과 관계없이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짠다. 한 가족이라도 소속된 부족은 다를 수 있다. 사회통념상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런 구분은 은공1호에서는 자연스럽다. 함께 밥을 먹고, 취미를 즐기고, 서로 돌보는 과정에서 이들은 연결된다. 이런 생활 방식을 가능하게 한 것은 ‘관계’ ‘소통’ 실현에 목표를 둔 공간 구성에 있다.

청소년기에 은공1호에 들어와 대학생이 된 윤구는 말한다. “더 이상 나는 방에 머물지 않는다. 방보다는 이모, 삼촌, 그리고 동생들이 있는 거실을 더 좋아하게 됐다. 그들은 잔소리 대신 내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준다.”

공유주택이나 공동체 생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 조언도 담겼다. 밥을 혼자 먹고 싶을 때 어떻게 하는지, 영상을 볼 때 채널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같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질문에 은공1호 사람들은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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