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력 갖춘 빌런, 악을 처단하다

2023.02.24 20:44

[책과 삶]예지력 갖춘 빌런, 악을 처단하다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지음·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400쪽 | 1만6000원

켄 리우(47)는 현재 세계 SF계에서 매우 주목받는 작가다.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래머, 변호사 등으로 일하다가 2002년 SF 작가로 데뷔했다. 소설집 <종이 동물원>, 장편 <제왕의 위엄>은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를 매료시켰다.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는 켄 리우의 단편 11편을 모은 책이다. 해외에선 단행본으로 묶인 적이 없는 단편들을 한국 번역자가 엮었다.

‘루프 속에서’는 조금씩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해 가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빠와 딸 카이라의 이야기다. 카이라는 아빠가 군에서 드론 조종사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장한 카이라는 군용 로봇 공학 회사에 개발자로 취직한다. 회사는 “더 인간적이고 더 문명화된 형태의 전쟁”을 수행한다고 자부한다. 카이라는 조이스틱을 움직여 적을 죽이면서 그 죄책감에 자신을 파괴한 아빠를 떠올리며, 로봇이 그 일을 대신하도록 한다. 카이라가 만든 알고리즘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

‘카산드라’는 슈퍼히어로와 대비되는 빌런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예지 능력이 있는 빌런은 큰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출동하는 슈퍼히어로에 반감을 갖는다. 빌런은 살인강도, 총기난사 등을 저지를 것이 확실한 이들을 미리 처단하기로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시리즈로 만들어볼 법한 이야기의 단초를 제공한다. ‘북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지원군을 파견한 명 황제와 장군 시점의 이야기다. 궁극의 평화를 위해 기술을 버리는 황제의 뜻이 결국 좌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기술과 전쟁의 음험한 관계를 폭로한 ‘루프 속에서’의 메시지와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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