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가 불러온 복잡미묘 문제들

2023.07.28 21:48

[책과 삶]이주가 불러온 복잡미묘 문제들

이주하는 인류
샘 밀러 지음·최정숙 옮김
미래의창 | 424쪽 | 1만9000원

샘 밀러는 영국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를 전공한 뒤 BBC 기자가 돼 삶의 많은 시간을 인도 등 해외에서 보냈다. 그의 <이주하는 인류>의 원제는 <Migrants: The Story of Us All>, 즉 ‘이주,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현대인은 정주한다는 통념과 달리, 이주야말로 대부분 사람들의 속성이라고 주장한다. 설령 평생 같은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 죽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역시 이주민의 후예다.

저자가 이주 문제를 파고드는 것은 이주가 정체성, 민족성, 종교, 애국심, 향수, 통합, 다문화주의, 안전, 테러, 인종차별주의 등 현대의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을 아우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주하는 인류’의 역사를 돌아본다. 인류가 전 세계 대륙 곳곳에 거주하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가 중동을 거쳐 지중해로 가거나, 아시아를 거쳐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하는 등 대규모 이주를 했기 때문이다.

이주는 정주 사회에 대규모 격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훈족, 고트족, 반달족의 이주는 로마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질서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경제적 목적으로 인한 현대의 이주 역시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곤 했다. 호황일 때는 이주민을 환영하다가 불황이 되면 이주민을 박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위스 극작가 막스 프리쉬의 “우리가 바란 것은 일손이었는데 대신에 인간들이 왔다”는 표현은 노동력 제공 등을 위한 이주가 야기하는 갈등의 원인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부국의 인구 노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 등은 향후 이주가 줄기는커녕 늘어날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준다. 저자는 이주가 때로 현실을 뒤흔들 정도로 파괴적일 수 있다는 점도 거론함으로써 ‘노마드’란 말에 담긴 낭만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